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평화를 주옵소서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2-22 수정일 2022-02-22 발행일 2022-02-27 제 328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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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해소되는 듯합니다만 저 멀리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왔던 ‘전쟁 임박’ 소식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특히 자국 땅에서 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그 나라의 정치지도자는 이를 막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나무총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뵐 수 있었던 상이용사들이 떠올랐습니다. 갈고리 손과 목발을 했던 그 분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전쟁을 겪었을 때가 10대나 20대이셨을 텐데, 평생을 불구의 몸으로 살았던 그분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전쟁이라는 건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참혹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출근이 멈추고, 아이들의 등교가 멈추고, 모두가 식량과 필수물자를 배급받게 되는 ‘일상의 파괴’가 전쟁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가족과 주변 이웃들의 희생도 감내해야 합니다.

6ㆍ25전쟁 직후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7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65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 수준이 됐습니다. 혹자는 인구 대비 빠른 성장이라며 기뻐하기도 합니다만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이룩했던 결과라는 점에서 전쟁이 없었으면 더 빨리 도달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평화’는 참으로 소중한 과제입니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우라카미대성당 안에는 ‘平和’(평화)라는 한자어가 쓰여 있습니다. 나가사키라는 도시는 일본 내 그리스도교 박해 역사와 함께 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그 어디보다도 박해와 전쟁의 참화를 잘 알고 있는 지역이지요.

그래서인지 우라카미대성당 안의 ‘平和’라는 글씨는 무게 있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평화가 위협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최우선의 지향을 평화로 두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1992년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LA 폭동’을 경험했던 우리 교민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간 약탈과 살인, 폭력이 난무했던 폭동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교민들이 부르짖었던 구호가 바로 ‘We want peace’(우리는 평화를 원한다)였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쟁의 참화를 경험해 본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입니다. 주님, 평화를 주옵소서.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