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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기쁘고 싶으시죠!? / 임현택 토마스 신부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
입력일 2022-02-16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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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신앙과 삶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한다고 해도, 삶이 따라주지 못하면 그 믿음은 헛된 믿음이라는 것이지요. 신앙과 삶이 연결되면 ‘삶을 살아내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해요.

가끔 신부들끼리 함께 모여서 사목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조언도 주고받고, 용기도 주고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땐 식사를 하기도 하고, 차 한잔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술 한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술 한잔 기울일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부득이하게 자가용을 가지고 온 경우에는 대리기사님을 호출하지요. 그 날은 술 한잔 기울이고 대리기사님을 호출한 날이었어요. 저희 차에는 세 명의 신부가 타고 있었고 키 크고 꽤 젊으신 대리기사님이 차에 타시더니, 운전하시다가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혹시… 사제님들이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을 거 같네요. 다 똑같은 검정색 옷에 목적지도 ‘천주교’였으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아, 네. 맞아요”하니까, “영광이네요. 사제님들 정말 존경스러워요”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손사래 쳤고,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분은 개신교 신자이고 15년 동안 교육업계에서 일해 오셨는데,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영원함과 지혜’의 존재를 더더욱 느꼈다고 하시면서, 사제들이 영원한 하느님에 대해 공부하고 교육하는 것이 대단해 보인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여쭸습니다. “기사님, 그러면, 낮에는 교육업을 하시고 밤엔 대리기사 일을 하시는 거예요?”

그분은 “네, 낮엔 교육업을 하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 먹고 애 잠깐 보고는 다시 나와서 대리기사 일을 합니다.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못해요.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소명감으로 하니까 좋더라고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저희는 자동으로 감탄사가 나왔고 이어서 이렇게 말했어요. “강의를 하시면 준비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실 텐데,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시겠어요.”

이 말에 “저한텐 지금 이런 시간들이 다 강의 준비예요! 사람을 만나면서 그 속에 숨은 진리를 찾는 거죠”라고 대답을 하시는데, “정말, 신앙을 사시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대리기사님은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시고 떠나셨습니다. 잠시였지만 그 기사님 모습은 행복해 보였고, 그래서 그 만남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던 기억이 있네요.

이렇게 보면 기쁘게 사는 건 참 단순한 것 같아요.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이 무엇인지 알고 그 소명감으로 살아가면 삶을 참 기쁘게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신앙과 분리되지 않은 삶이고요. 여러분!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소명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우리 기쁘게 살아요!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