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식」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2-08 수정일 2022-02-08 발행일 2022-02-13 제 328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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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뮐러/임정희 옮김/264쪽/1만2000원/바오로딸

비울수록 채워진다… 몸 속 고요가 주는 영적 기쁨

단식의 영적 측면에 대해 조명
단식과 동반하는 묵상을 통해
하느님 만나는 시간으로 이끌어
그리스도인에게 단식은 단순히 굶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절제하며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예수님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의 의무로 실천해왔다. 특별히 주님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 동안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단식을 한다.

단식 전문가 페터 뮐러는 책에서 사순 시기뿐 아니라 평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단식을 소개한다. 예수님의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다소 부드러운 방식으로 7주간의 단식을 소개하며 단식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

또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을 권장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 지도자로 활동하며 25년간 단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단식은 체중 감량이나 건강한 식습관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기쁨을 누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단식이 굶는 행위가 아님을 밝히는 단식에 대한 기본 관점을 비롯 간헐적 단식의 형식과 방법, 장점 등을 소개한다. 이어 7주 동안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구체적인 ‘영적 동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책의 핵심은 바로 ‘영적 동반’에 있다. 영적 동반자로서 제시되는 실천과 묵상 프로그램에서는 단식은 물론 스스로 삶과 생각 그리고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도록 안내한다.

7주간의 묵상은 기본 주제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여기에는 주간 의식도 포함된다. 각 주에는 기본 주제 6가지(첫째 주에는 4가지)로 묵상의 깊이를 더한다. 또 주제에 따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무엇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떨칠 수 있는가?,” “고요와 분별, 독서와 같은 영적 영양분을 얻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내는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는가?” 등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다. 여기에 하나하나 답을 하다보면 어느새 과거나 현재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세월마저 용기 있게 마주할 힘이 커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묵상들은 결국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으로 연결된다. 단식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몸과 정신, 생각과 감정, 강점과 약점, 성공과 실패, 기쁨과 실망을 마주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위에서 제시한 다양한 질문을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다. 저자는 단식을 하며 성인들의 말씀과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면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과 영혼이 하느님 앞에 머무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라벤나의 베드로 크리솔로고 성인은 단식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단식은 몸에 평안을 주는 지체의 장신구이자 삶의 보석 장식과 같다. 정신에는 힘을, 마음에는 강건함을 준다… 단식은 미덕의 기본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동반하는 치료제다.’”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관심사에 따라 선택해서 읽어도 된다. 혹은 단식을 끝내고 매일 영적 묵상으로 읽어도 좋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