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요즘 애들은 / 임현택 토마스 신부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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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청소년·청년들을 만나면 많이들 지쳐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저도 젊은 세대이긴 하지만 지금의 청소년·청년들은 특히 더 많이 지쳐있는 듯합니다. 학업과 인간관계, 취업 등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항상 지쳐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서바이벌입니다.

그 와중에 안타깝게 다가오는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정신적·심리적인 병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현시대가 살아가기 참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낼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하면서 말씀하시잖아요. ‘인내심이 없다, 희생정신이 없다, 배려심이 없다’ 등등. 사실 저도 요즘 청소년·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신학생 때, 교구 성소국장 신부님께서 예비신학생 지도 모임에서 동기 신학생들에게 말씀 하신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본당 주임신부로 계실 때, 한 여학생이 매번 치장(?)을 하고 오더래요. 그래서 “저 때는 안 꾸며도 예쁠 때인데…”하시면서 어떻게 하면 저 학생이 조금이라도 덜 꾸미고 오게 할까 싶으셨대요. 그래서 “관심을 주자!”고 결심하셨대요. 이후 그 학생이 성당에 올 때마다 많은 관심을 주니까 어느 순간부터 꾸미지 않고 그대로 오더래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학생 때 과하게 꾸미는 것은 ‘결핍’으로부터 오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의 ‘결핍’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이 기억을 꺼낸 것은 요즘 청소년·청년들이 많이 약한 이유 중 하나가 ‘관심과 사랑의 결핍’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 맥락에서, “요즘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서 약하다”는 말도 반쪽짜리 말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신앙’은 ‘관심과 사랑’으로 전수되는 것이니까요.

이상적이긴 하지만, 제겐 신념 하나가 있어요. 아이 한 명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 그 아이가 그 사랑을 먹고 자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전할 거라는 믿음입니다. 그렇게 사랑받는 아이가 한 명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라면 나중에는 그 아이들이 서로서로 사랑을 주면서 살겠지요! 그러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아주 이상적인 신념이지요. 하하하.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내가 어떤 사랑을 받으면서 컸는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지요. 그 사랑은 나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이렇게 우리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준다면, 우리가 주는 그 사랑이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사랑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지금 이 시대에 힘들어하고 있는 청소년·청년들이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을 느끼고 어려움을 잘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