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인 여성 최초로 독서직 받은 김나영씨…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전달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입력일 2022-01-25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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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목소리는 ‘희망’… 많은 이들께 전하고파”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재학 중
여성 신학원 교수 추천으로 직무 받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 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영(심포로사·38)씨가 한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독서직을 수여받아 교회 역사에서 의미를 지닌 여정에 동행하게 됐다.

김씨는 지난 1월 23일(현지시각)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후 예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독서직을 받았다. 그는 “제가 받은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느님 말씀을 잘 묵상하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월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Spiritus Domini)을 발표, 교회법 제230조 1항 중 ‘남성 평신도’를 ‘평신도’로 수정했다. 그동안 남성 평신도에게 유보됐던 독서직과 시종직의 수여를 여성 평신도에게도 허용한 것이다. 이는 평신도들이 받은 보편사제직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김씨는 “저는 보통사람이고 어쩌면 더 약한 사람인데 하느님께서 그런 의미있는 자리에 저를 불러주셨다는 게 감사하면서도 걱정이 들었다”며 “독서직 선발 소식을 들은 뒤 영적 지도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느님의 뜻을 새기며 하느님께 의탁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졌다”고 전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 김씨. 그는 “제가 했던 하느님 체험, 그리고 행복하고 충만했던 체험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열망이 저를 신학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김씨에게 하느님은 희망을 전하는 분이셨고, 그분의 말씀은 희망을 찾는 중요한 나침반이었다. 이렇듯 말씀의 중요성을 늘 염두에 둔 김씨는 독서직에 임할 때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것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하느님 말씀 선포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전례에 임했던 김씨를 눈여겨 본 산타 체칠리아 여성 신학원 교수의 추천으로 그는 독서직 직무를 받게 됐다.

김씨는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신자들의 신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잘 교육하고, 성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돕고,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그 말씀을 새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쓰일 수 있는 쓸모 있는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