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인중 신부 초대전 ‘빛의 노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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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물결치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전시
60여 년 예술혼 한자리에 모아
2월 19일까지 흰물결아트센터

김인중 신부 초대전 ‘빛의 노래’전이 흰물결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화려한 색채로 덮인 추상회화가 찬란한 빛을 발하며 보는 이를 압도한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인중 신부(베드로·도미니코 수도회) 초대전 ‘빛의 노래’ 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감동이다.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의 60여 년 예술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인중 ‘무제’(2020).

작품의 제목은 모두 ‘무제’. 작품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다. “빛은 반기고 어둠은 물리쳐야 함을 설명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하는 김 신부. 그러면서 그는 “하느님의 신비가 그저 신비로 남는 것처럼 예술 작품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자유와 해방의 영역”이라며 “감상은 전적으로 보는 이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관객들은 작품 앞에 한참을 멈춰 서서 전시장을 가득 메운 빛에 매료된다.

아울러 6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작품들을 모았지만,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결성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김 신부는 “한 나무에서 열매가 맺어지듯이 하늘에 뿌리를 두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시간의 흐름이 변화를 가져온다기보다 성령의 이끄심에 순간순간 충실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장에서는 김 신부의 작품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23일 KBS에서 방영된 김 신부의 삶과 예술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천사의 시’도 상시 상영되고 있다.

김인중 ‘무제’(1996).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 신부는 1965년 한국미술대상 대상을 수상, 이후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과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에서 수학했다.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사제로서 예술가의 삶을 살기 시작한 그는 전 세계 200여 회 전시를 진행했고, 유럽 50여 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에는 프랑스 앙베르에 그의 이름을 붙인 ‘김인중 미술관’이 설립됐고,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 훈장도 받았다.

김 신부는 “한 번도 사제의 삶과 예술가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예술은 어둠을 몰아내는 기수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 팔순을 넘은 나이가 됐지만,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영감은 나이와 전혀 다른 영역으로 느낀다”면서 “내 앞에 수없이 나타나는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사제직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희생과 화해의 봉헌으로 착한 목자의 이미지를 살리는 일입니다. 저의 가장 큰 기쁨과 역할은 봉헌을 통한 일이지요. 그러니 저를 봉사의 도구로 사용해 주신 데 대한 감사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저의 창작 행위는 오로지 ‘감사’로 요약됩니다. 또한 예술은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함유합니다. 세상을 일치시키는 것 역시 ‘아름다움’ 하나이지요. 사제로서, 예술가로서 이를 깊이 깨닫게 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김 신부의 ‘빛의 노래’전은 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