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환경을 보호하는 바이러스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
입력일 2022-01-12 수정일 2022-01-12 발행일 2022-01-16 제 327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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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에서 자원순환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공간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공서들은 코로나19로 공간 내주기를 꺼려 하고 있을 때, 환경을 위한 일이기에 우리 성당을 떠올렸다.

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자원순환 활동가 양성과정 교육에 대해 대충 알고 계셨기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물론 방역 지침은 철저히 지키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성당에서 교육하면서 신부님은 물론 수녀님과 본당 식구들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고, 지역 쓰레기와 재활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배워나갔다. 성체조배 오셨던 신자들도 짬짬이 오셔서 교육에 참여하셨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대면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교육은 끝났고 활동가들은 자원순환 가게 re100에서 활동하게 됐다.

자원순환 가게 re100은 재활용 100%를 목표로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가게다. 재활용품을 모아 가게에서 바로 재활용 업체로 가는 시스템이다. 재활용 100%를 목표로, 각자 깨끗한 상태의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무게를 재서 포인트로 쌓은 다음 그 포인트를 지역 화폐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통상 재활용으로 배출하면 거의 다 재활용이 되는 줄 알고 있지만, 선별된 재활용품은 약 24~40% 내외만이 재활용 된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래저래 우리 본당은 자원순환 가게 re100의 숨은 공신이다. re100은 성당 바로 아래 위치해 있는데, 본당 신부님께서 화장실과 식수, 주차장까지 개방해 주셔서 사용하고 있다. 본당 부설 유치원의 경우 자원순환 가게가 운영하는 날이 되면 원아들이 각 가정에서 준비해온 물품을 가지고 방문한다. 얼마 전에는 춘천교구와 전주교구 본당에서 소임을 맡고 계신 수녀님 두 분이 re100에 대해 살펴보고 가셨다. 교계 매스컴에 소개된 re100 모습을 보시고 기후 위기에 대응한 활동의 교육과 홍보를 위해 일부러 오신 것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 본당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전파되고 있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저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환경을 위한 re100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자원순환 가게 re100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많은 기관과 개인이 있기는 하지만 자원 순환과 쓰레기 문제에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의 작은 움직임이 모두를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재활용 100%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특히 일회용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기도한다. 자만하지 않게 해달라고. 이 모든 것이 내가 신앙인이기에 열심히 한 결과이고 또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