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밀알 하나] 혼자서 살 수 있다고요? / 임현택 신부

임현택(토마스) 신부,유학
입력일 2022-01-05 수정일 2022-01-05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저는 운전할 때, 꼭 라디오를 켜고 운전을 합니다. 라디오를 들으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즐겨 듣는데요, 언젠가는 이런 사연이 나왔습니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딸아이를 둔 엄마였어요. 한창 일교차가 심했던 가을날이었나 봅니다. 이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 등교할 때 겉옷을 하나 챙겨서 보냈대요. 일교차가 크니까요.

그렇게 딸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이 엄마도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함께 사시는 친정엄마가 그냥 출근하는 딸에게 “일교차 크니 꼭 겉옷 챙겨!”라고 말씀하셨대요. 근데 이 딸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엄마도 참…, 나도 이제 다 컸어~.”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겉옷을 챙겨 나왔대요. ‘이런걸 보면 우리의 삶은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삶인 것 같다’고 하는 사연이었어요.

당장 본당신부의 삶만 봐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미사를 한 대 봉헌한다고 했을 때, 그 한 대의 미사에 여러 사람의 도움과 정성이 필요하더라고요. 체온 확인을 위해 봉사하시는 교우, 제의 준비, 제구, 미사 경본, 해설자, 독서자, 오르간 반주자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교우들의 영적 갈망은 신부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전례를 통해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의 흐름이 ‘배려’라는 명목 아래 서로에게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한 교우님과의 대화 중 요즘의 며느님들은 시어머니에게 ‘삶의 노하우’나 ‘팁’ 같은 걸 묻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음식을 하다가도 잘 모르면 시어머니에게 묻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온 것들을 보고 따라 한다는 거예요. 맞아요, 사실 이제는 우리가 던지는 궁금증은 인터넷에서 대부분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도 인터넷에 꽤 의지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떠냐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러다가 이제는 나보다 먼저 삶을 사신 분들의 지혜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슬픈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니, 동기랑 후배들이 저한테 붙여준 별명이 제격이네요.

‘젊은 꼰대.’ 그런데 저는 이런 별명이 싫지는 않더라고요. 하느님께서 함께 살라고 만드신 세상을 함께 살아야겠죠? 서로가 서로를 챙기면서 살아봅시다!

임현택(토마스) 신부,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