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부: 한국교회는 한민족과 한국 사회의 역사를 함께해 왔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한국 민족과 사회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주교: 교회는 복음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와 동떨어진 무인도가 아닙니다. 세상과 함께 살아가고 숨 쉬며 활동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정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민주화에 기여했고, 노동자와 빈민을 위한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세계 10위권 경제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고통스런 사건들과 부정적 사회 문화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월호 사건이나 성폭력·성희롱 사건, 학교나 직장에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 따돌림과 자살, 마약, 사회소수자와 빈곤층에 대한 혐오 등 많은 현상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아파하는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희망을 주며 그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오늘날, 교회가 행동에 옮겨야 하는 복음적 가치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생태환경 보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기피하면서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에서 멀어지지 않았나를 반성해야 합니다.
또 사회제도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을 교회가 먼저 보듬어야 합니다. 청주교구 ‘성모꽃마을’이나 수원교구 ‘동백성루카호스피스병원’ 등이 하고 있는 호스피스 사업이 그렇습니다. 죽어가는 말기환자가 평온히 세상과 가족과 화해하며 생애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생명문화를 건설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생명문화 건설을 위한 입법제정에도 목소리를 높여 반생명적인 법을 만들지 않고, 생명과 환경, 인권을 살리는 법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김 신부: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 사명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짊어지고 가야 할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어떤 사명과 역할,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주교: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비율은 17.8%인데, 아시아 교세는 3.4%에 불과합니다.
아시아는 오래된 종교와 이념, 정치, 경제 문제로 많은 어려움과 고충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작지만 발전하는 지역교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평신도들의 손으로 이룩한 한국교회는 열심한 신자들의 신앙전통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교황청에서도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아시아교회를 돕는 일에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구나 수도회에서 아시아에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고,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더 관심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 여러 본당과 기관들이 아시아의 가난하고 열악한 선교지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등 아시아교회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신부: 우리나라는 종교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문화와 다종교 상황은 더 심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타종교에 대해서 어떤 자세와 인식을 가져야 할까요?
▲이 주교: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에서 타종교의 올바른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칩니다. 타종교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대화와 경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6대 종단 대표들이 모여 대화했고, 1986년부터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구성해 종교간 일치와 평화를 도모했습니다. 주교회의도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종교인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다종교 사회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 수가 250만 명에 이르고 10년 안에 10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민들과 그들의 종교에 선입견을 지닌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존중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타문화와 타종교에 개방적이고 존중하는 자세를 지닐 때 더욱 성숙하게 될 것입니다. 이주민에 따뜻한 관심으로 사목적으로 배려하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종교까지도 존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 신부: 성소자 감소 문제는 세계교회의 고민이기도 하고 한국교회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 교회에 투신하겠다는 젊은이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성소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관련해 주교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 주교: 먼저 성소계발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할 과제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예비 성소자 모임과 교육 체계를 다시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면 모임과 함께 SNS나 메타버스 같은 온라인 매개체를 이용하면서 다가가는 성소사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로는 신학생들이 성소계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입니다. 성소자들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비슷한 언어와 몸짓으로 성소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건전한 가정 공동체입니다. 많은 신부님들이 부모님의 기도하는 모습, 부모님의 권유나 모범을 통해서 신학교에 오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 지도자들이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는, 저 신부님은, 저 수녀님은 우리 편이다”라는 인식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성직자·수도자의 삶에서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김 신부: 2022년 임인년을 맞아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에게 보내는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주교: 회칙 「모든 형제들」 198항의 한 문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로 가까이 다가가, 서로 표현하기, 서로에게 귀 기울이기, 서로 바라보기, 서로 알아가기,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기, 공감대 찾기”를 실천하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이고 한 자매이고 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주님 안에서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톨릭신문이 이 시대의 활기 넘치는 복음전파의 도구 역할을 다하면서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일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사랑을 풍성히 받는 신문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