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림기획] 공동의 집 지키며 주님 기다립니다 (하)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2-15 수정일 2021-12-15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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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실천 함께일 때 어머니 지구 지킬 수 있죠”

「찬미받으소서」 6주년 기도문 매주 봉헌
불필요한 포장 빼고 천연 세제 판매해
도농직거래 맺고 도예·목공 공방도 운영
태양광발전소 건립해 탄소중립 실천 예정

본당 신자들과 성가소비녀회에서 직접 만든 천연 수세미와 불필요한 포장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샵’ 모습. 대천동본당 제공

공동의 집 지구가 온실가스를 비롯한 다양한 오염 물질 배출로 무너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앙인들에게 생태적 회개의 실천은 무엇보다 강조되는 사명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교구도 9월 14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탄소중립선포 미사’를 거행하며 교구 본당과 신앙 공동체에 구체적 행동을 요청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고자 오심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 시기. 공동의 집 지구의 고통을 덜기 위해 일상에서 노력하는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공동체에서 새로운 희망을 향한 구원의 발걸음을 찾아본다.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주임 문병학 신부)은 주일 오전 11시 교중미사마다 특별한 기도문을 함께 읽어나간다. 본당 자체적으로 봉헌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6주년 기념 공동 기도문이다. 기도문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깨달은 피조물과의 연대에 대한 중요성, 공동선의 추구를 위한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본당은 올해 6월 「찬미받으소서」 선포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문과 함께 영국 민요에 자연 보호와 관련된 메시지를 담은 생활성가 ‘이는 내 아버지 세상’을 배포했다. 이 성가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봉헌하는 생태사도직 공동체 미사에서 입당과 마

침성가로 쓰이며, 신자들에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신자들이 일상 속 환경보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기도 및 생활실천 봉헌표’(이하 생활실천 봉헌표)를 만들어 배부하고 있다. 생활실천 봉헌표에는 ▲전기절약 ▲물절약 ▲자원 재활용 및 재사용 등 우리가 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7가지 준수사항들을 담았다.

원지윤(루피나) 사회환경분과장은 “본당의 지속적인 환경사목 활동에 익숙한 분도 있지만, 이제 적응하거나 새로 시작하려는 신자들을 위해 생활실천 봉헌표를 배부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특히 개인과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부분들을 항목으로 꼽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본당은 환경보전을 위해 힘쓰는 교회 내 우수 사례를 반영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대전교구 천안 불당동본당이 지난 5월부터 도입한 ‘알맹이 상점’을 본당에 맞게 반영한 자원순환가게 ‘성 베드로 밀알 꿈터’를 개장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월부터 불필요한 포장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샵’을 개설해 천연 세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본당 신자들과 성가소비녀회에서 만든 천연 수세미도 판매한다. 또 내년에는 본당 탄소중립위원회를 설립,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해나갈 계획이다.

환경보호 실천을 통한 나눔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찬미받으소서 음악회’는 환경에 관한 메시지와 함께 어려운 이를 돕는 모금이 함께 결합된 형태로 진행된다. 올해 7월 17~18일에는 본당 신자들이 반려식물 화분을 만들고, 이를 판매한 수익금을 교구 백신 나눔에 기부했다.

본당의 이러한 활동은 생태 영성에는 ‘통합사목’이 필요하다는 본당 계획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본당 생태사목은 영성과 활동이 융합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본당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안성지구 내 유기농 농장과 도농직거래, 도예·목공공방 운영 등을 통해 실생활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본당은 ‘스스로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의미 있는 성과로 꼽는다. 개인과 단체 총 생활실천 횟수가 3만여 회에 이를 정도로 일상 속 환경 보호 실천이 잘 적용되고 있다.

본당 신자인 김숙경(아기 예수의 데레사)씨는 “조금의 불편으로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릴 수 있다 생각하니, 이제는 세제도 쌀뜨물과 밀가루에 식초를 더한 천연 세제를 만들어 써볼 정도로 다양한 방법들을 먼저 찾아보게 됐다”며 “생활실천 봉헌표를 통해 기도뿐만 아니라 실천이 융합될 때, 주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인간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임 문병학 신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주체인 신자들이 참여한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환경과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공유하며 지속해나가는 바탕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환경실천 방안과 이를 위한 통합적인 사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쓰고 버리는 시대가 지속되어온 만큼, 생태환경 사목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며 “교구에서도 본격적으로 탄소중립에 나선 만큼, 앞으로는 어머니 지구를 위해 교구 모든 신자들이 함께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목재를 재활용해 다양한 목공예품을 만드는 ‘요셉공방’. 대천동본당 제공

올해 7월 신자들은 반려식물을 키워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교구 백신나눔운동에 기부했다. 대천동본당 제공

12월 12일 교중미사 전 「찬미받으소서」 반포 6주년 기념 공동 기도문을 읽고 있는 대천동본당 신자들. 대천동본당 제공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