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상업주의 물든 가짜 크리스마스 지내지 말자”

입력일 2021-12-14 수정일 2021-12-14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황, 구유 점등식 주례하며 진정한 성탄 시기 의미 강조

12월 10일 점등식을 마친 성 베드로 광장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유가 환히 빛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신자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상업주의로 가득한 휴일이 아니라 인류를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친근함을 느끼는 날로 지내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12월 10일 “제발 상업주의적인 가짜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말라”면서 “연민 어리고 부드러운 하느님의 친근함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예술과 음악, 노래, 전통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지내자”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구유 점등식을 열었다. 교황은 점등식을 주례하기 전 바오로 6세 홀에서 페루와 이탈리아에서 온 대표단을 만나 크리스마스가 상업주의와 무관심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와 같은 성탄의 상징들은 “우리 마음속이 평화로 가득해 주님 강생의 기쁨을 누리도록 해 준다”고 덧붙였다. 성 베드로 광장의 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는 주님 세례 축일인 내년 1월 9일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

올해 구유는 해발 3600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페루 초프카라는 마을의 예술가들이 제작했다. 구유 속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아기 예수, 동방박사들은 모두 실물 크기로, 세라믹과 용설란, 유리 섬유 등으로 제작했다. 또 모두에게 초프카 전통의상을 입혔으며, 마굿간 동물들로도 페루의 상징인 콘도르와 같은 지역 동물들을 등장시켰다. 아기 예수는 전통 담요인 우안카벨리카로 덮여 있으며, 동방박사는 낙타가 아닌 리마를 타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자루에는 퀴노아, 키위차, 까냐후아 등 페루 전통 곡물이 담겨 있다.

높이 28미터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서 왔다. 교황은 “크리스마스트리는 생명의 나무로 그리스도를 상징한다”면서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을 주며 인류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하느님의 선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마스트리의 빛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어둠을 향해 항상 사랑의 빛을 내보이시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황은 성탄 시기 희망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시켰다. 교황은 “우리가 희망을 갖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믿으시고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느님께서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우리 삶의 현실을 받아들이셨다”면서 “이는 바로 이 구유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지배자가 아니라 몸을 낮춰 작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어 “진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의 형제자매, 특히 감염병 대유행으로 더욱 소외되고 있는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도우라고 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