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21세기 사목자를 위한 ‘주교의 8가지 참행복’

입력일 2021-11-30 수정일 2021-11-30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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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伊 주교회의 임시총회서 제시
‘착한 목자’ 상본 일일이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2일 이탈리아 주교회의 임시총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교황 옆의 한 주교는 교황이 이탈리아 주교단에게 선물한 ‘주교의 8가지 참행복’ 상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2일 이탈리아 주교회의 임시총회 개막식에서 전 세계 주교들에게 21세기 사목자를 위한 ‘주교의 8가지 참행복’을 제시했다.

‘주교의 8가지 참행복’은 지난 10월 31일 이탈리아 나폴리대교구장 도미니코 바탈리아 대주교가 새 주교 3명을 서품하면서 강론을 통해 언급했던 내용이다. 교황은 ‘주교의 8가지 참행복’을 ‘착한목자’ 상본에 인쇄해 주교회의 총회에 참석한 200여 명의 이탈리아 주교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주교의 8가지 참행복은 마태오복음 제5장에 나오는 ‘참행복’의 구절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교황은 이를 전 세계 주교들이 사목자로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지침으로 제시했다.

각각의 항목들은 매우 도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고 있는 사목자로서의 자세가 드러난다. 이는 빈곤, 불의, 갈등, 고통과 인간적 나약함으로 가득한 21세기의 세계에서 사목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덕목들은 이웃의 손을 씻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정의와 평화, 그리고 화해를 위해 일하고,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선의를 잃지 않으며, 형제애로 가득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교들이 흔히 만날 수 있는 권력과 안락한 삶에 대한 유혹을 경계하라고 지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주교단에게 선물한 ‘착한 목자’ 상본. 뒷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21세기 사목자를 위한 ‘주교의 8가지 참행복’이 새겨져 있다.

다음은 주교들을 위한 8가지 ‘참행복’이다.

- 행복하여라, 가난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주교들! 그들은 하느님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

- 행복하여라,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고통받는 이들을 껴안아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는 주교들! 그 눈물에는 백성들의 슬픔과 사제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 행복하여라, 자기 직무를 권력이 아니라 봉사직으로 알고, 온유함을 힘으로 삼는 주교들, 그들은 온유한 이들에게 약속된 땅에 살며 모든 이들을 그곳으로 이끌 것이다.

- 행복하여라, 자신을 왕궁 안에 가두지 않고, 얼굴보다 통계, 사람들의 삶보다 형식적 절차에 얽매이는 관료가 되지 않으며, 하느님의 정의를 위해서 백성들 편에서 싸우는 주교들, 고요한 일상의 기도 안에서 만나는 주님이 그들의 양식이 될 것이다.

- 행복하여라, 비참한 세상을 아파하고, 하느님의 금을 찾기 위해 영혼의 진흙에 손을 더럽히며, 자신의 비참함을 알기에 다른 이들의 죄와 나약함에 분개하지 않는 주교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 부활하신 주님이 그들에게 무한한 용서의 표징이 되실 것이다.

- 행복하여라, 이중적인 마음을 품지 않고, 모호한 태도와 활동을 하지 않으며, 악의 한가운데에서도 선을 꿈꾸는 주교들, 그들은 하느님의 얼굴을 뵈옵는 기쁨을 누릴 것이며, 세상의 어떤 악의 웅덩이 속에서도 그분의 얼굴을 만날 것이다.

-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친교의 씨앗을 뿌리며, 갈라진 세상의 화해의 길에 동반하고, 형제애를 건설하기 위해서 선의의 모든 남녀와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주교들, 하느님께서 그들을 당신의 자녀로 삼으실 것이다.

- 행복하여라, 복음을 위해 파도와 맞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그리스도의 얼굴처럼, 오해와 걸림돌들로 주저함이 없이, 자신들의 얼굴을 ‘단단하게’ 만드는 주교들, 그들은 하느님 나라가 세상과는 반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