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하)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11-24 수정일 2021-11-24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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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교구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돌봐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수녀가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미술 작업을 돕고 있다.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제공

‘성경대로 생각하고 성경대로 실천하는’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총원장 정복례 수녀)는 말씀을 증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도와 노동의 관상적 반봉쇄 공동체로 출발한 수녀회는 지금은 관상적 활동 수도회로서, ‘가난과 겸손(순명), 기도와 노동의 삶’이라는 영성을 살고 있다.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가 수녀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와 교류하며 복음을 증거하기 시작한 것은 1966년 어린이 주일 학교를 운영하면서부터다. 1968년 어렵사리 피정 집을 마련해 운영하면서 수녀들은 복음을 전했고, 양계장에서 키운 닭을 요리해 피정 집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활동하며 피정 집은 복음화 현장이 됐다. 이 시기 수녀회 설립자 선종완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아이가 자라서 수녀회에 입회하기도 했다.

1976년 성라자로마을에 진출하며 수녀들은 본격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복지 사도직에 투신했다. 성라자로마을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한센인들에게 사랑을 전했고, 살레시오청소년센터 등에서는 청소년들의 따뜻한 어머니가 돼 줬으며, 공소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농촌 신자들과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등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예수님을 사랑하듯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가난하고 소외된, 복음이 간절한 이들을 돌봤다.

나자렛 성가정의 삶을 따라 사는 수녀회는 작은 일, 눈에 띄지 않는 일에 충실함으로써 복음을 증거하지만, 그동안 수녀들이 낳은 결실은 결코 작지 않았다. 1960년 설립 당시 4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157명으로 60여 년간 40배 가까이 증가했고, 활동 영역 역시 국내외로 크게 범위를 넓혔다. 수원·인천·원주·전주·광주·대전 등 6개 교구에서 현재 수녀들은 기도, 피정 집 운영, 사회 복지·생태 사도직 활동 등을 통해 노인·장애인 등 이웃과 함께하고 있고, 멕시코와 로마 등 해외에서도 애덕을 실천하고 있다.

수도 생활에 전념하도록 수녀들이 본당 사도직은 하지 않길 바랐던 선 신부 뜻에 따라 수녀들은 지금도 본당 사도직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선 신부 출신 본당인 원주 용소막본당에서는 사도직 활동과 선 신부 유물관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전주교구 익산 상지원 공소와 광주대교구 영암 시종공소에서도 사목에 협력하고 있다.

말씀을 증거하는 이들로서, 수녀들은 직접적으로 말씀을 알리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젊은이 성경통독 모임’ 등을 운영하며 젊은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찾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 안에서 기도와 영적 휴식으로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성화할 수 있도록 경기 과천과 용인에 영보 피정의 집을 운영하며 말씀 선포의 장으로 삼고 있다.

성경대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수녀들의 이 같은 왕성한 활동을 예견한 것일까. 선 신부는 생전 이러한 말을 남겼다.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 곳에 수고가 많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