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 청년 예술가를 만나다] 설진화 작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1-24 수정일 2021-11-24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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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에서 받은 영감 담은 작품… “잠시 멈추어 주님의 평화 느끼길”
‘정류소’ 주제 전시회 개최
12월 12일까지 ‘갤러리 밈’
바쁜 현대인에 위로 건네

찰나의 시간과 공간이 압축된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각자가 걸어온 길을 회상한다.

설진화(이레나·36) 작가가 ‘정류소’를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설 작가는 “작품의 주체는 정류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바라본 시선에 있다”며 “많은 시간과 거리, 면적을 압축해 나만의 움직이는 정류소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영속성을 작품에 담아 움직이는 생명과 역동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순례’였다.

“유럽 성지순례에서 마주했던 경이로운 전경이 주는 거룩함에 압도됐습니다. 그 특별했던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자연의 색감을 담은 채색 위에 먹선을 그어 길 위에서의 시간을 나타냈습니다. 이후 점점 범위를 넓혔습니다. 특별한 시간에서 일상으로, 그리고 움직임으로요.”

순례에서 받은 영감이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을 담은 ‘정류소’에 이르렀다.

이 같은 설 작가의 작품활동에는 늘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신앙은 ‘옷자락’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옷자락을 만지고 병이 나은 여인처럼 저에게 신앙은 그런 의미입니다. 모든 작품의 시작도 옷자락을 만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이처럼 신앙 안에서 작품활동을 이어온 설 작가는 특히 가톨릭청년미술가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가톨릭 청년 작가로서 저변을 넓혔다. 그는 “청년 작가이기 이전에 신자로서 선하고 올바른 행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거기서 우러나오는 작품들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도 신앙에 기반을 둔 선한 마음을 전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곳곳에 제가 작업한 정류소 작품을 설치해서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싶습니다. 작품 앞에서 각자의 시간을 돌이켜보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면 주님의 평화가 조금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전시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 12월 12일까지 만날 수 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