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미 되새기자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연중 제33주일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지난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면서 이날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교회는 이듬해인 2017년부터 이날을 거행해 오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매년 이날을 지내며 이주민과 난민, 노숙인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도움을 베풀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가난한 이들을 교회 ‘밖’에 있는 도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회 안에 가난한 이들이 설 자리가 있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교황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제정 당시, 복음의 핵심은 가난임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복음적 가난을 살고,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형제애를 나눌 것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교황은 가난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자세의 변화를 촉구했다. 단순히 가난을 해결해야 하는 어떤 문제로 보거나 가난한 이들을 그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가난을 살아가려는 자세를 요구한 것이다.

올해 담화에서도 교황은 가난이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현존의 구체적인 표징”이라면서, “가난한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복음화시키는” 진정한 복음 전파자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교회 여정의 중심으로 삼으라”며 “형제애를 만들어내는 상호 나눔의 삶을 살아갈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복음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도록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