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시노드와 평신도의 신앙 감각 / 이미영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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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면서, 2년 가까이 움츠러들었던 대면 활동이 조금씩 회복될 기미가 보입니다. 성당에서도 10월 말부터 조정된 방역지침에 따라 미사 참여 가능 인원수가 늘어나서, 선착순 입장 제한을 걱정하지 않고도 맘 편히 주일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일 아침미사나 교중미사 때는 일찍 성당에 도착해도 이미 인원이 꽉 차서 되돌아온 적이 여러 번이라, 주로 청년미사를 참례하곤 했습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청년이 없어 이제는 전례 진행도 성인 전례단이 담당하게 된 청년미사는 인원 제한에 걸리기는커녕 늘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수천 명의 신자가 소속된 본당에 90여 명의 제한 인원도 다 채워지지 않을 만큼 한적한 성당에서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 교회에서 젊은이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 중엔 학교나 직장 등에서 종교 활동 참여를 우려하거나 아직 어르신들만큼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감염 걱정 때문에 대면 미사 참석을 조심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과연 그런 이유로만 이렇게 젊은이들이 다 사라졌을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본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회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비슷한 걱정을 듣습니다. 아마 이 문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우리 교회가 시급히 논의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겁니다.

얼마 전 개막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라는 초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2년에 걸쳐 이뤄지는 이번 시노드의 여정은 지금 지역교회 차원에서 시노드를 진행하는 1단계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교구나 본당만 그런지는 몰라도 성당에서는 시노드 기도문을 나눠주고 미사 후 마침기도로 하는 것 외에는 신자들에게 별다른 안내나 설명도 없어서, 아직 시노드 개막이나 진행이 잘 실감 나지 않습니다. 이전의 ‘공동합의성’이라는 말도 무슨 뜻인지 잘 와 닿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시노달리타스’라는 라틴어 발음 그대로 쓰기로 해 평신도들에게는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노드의 가장 큰 특징은 교황청이나 주교단에서 논의한 결과를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꾸로 신자들과 세상의 목소리를 먼저 충분히 경청하고 그에 따른 교회의 과제를 잘 식별해 복음화의 길을 함께 찾자는 방식, 즉 ‘함께 가는 교회’라는 시노드 정신을 되찾자는 겁니다. 교회의 운영이나 선교 사명이 성직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교회를 이루는 우리 모두의 일로 받아들이고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자는 것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입니다.

시노드 정신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 중 하나는 신자들의 ‘신앙 감각’(Sensus fidei)입니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세례 때 성령께서 신자들에게 주신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인 ‘신앙 감각’은 “교회의 구성원들이 개인과 공동체로서 주님에 충실하면서 살고 행동하고 말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합니다.(「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128항) 가정이나 일터 등 일상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인식하고 복음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이끄는 감각, 그것이 바로 ‘신앙 감각’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자들의 신앙 감각에 귀 기울이는 시노드의 교회가 되겠다는 비전에는 그만큼 오늘날 세상에서 평신도의 참여와 사명이 중요하다는 요청으로도 들립니다. 그러려면 평신도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교회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신자들도 복음적 삶을 식별하고 추구하는 신앙 감각을 키워가는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 이번 시노드의 주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이번 시노드가 한 번의 이벤트 행사로 끝나지 말고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길을 배우고 체험해 가는 시작이요 과정이기를 기대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