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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6)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꼭 보내야 하나요?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3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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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전달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신앙
인격적 존중 토대로 맺는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성인 ‘인품’ 배우며 확장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전례와 기도 삶의 중심 잡는 영성적 능력도 키워

“신부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이들을 꼭 주일학교에 보내야 하나요? 저희 가족은 평소에도 함께 기도하고, 미사도 늘 잘 참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 안에서도 아이들에게 교리나 복음과 관련된 물음에 답도 해주고 관련된 이야기도 잘 나누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주일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녀들의 신앙을 이어주는 데 있어 교회와 가정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 것은 복음화라는 교회 전체 사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첫째가는 가장 중요한 교육자”(「가톨릭교회 교리서」 1653항)로서 최선을 다해 신앙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다음 세대의 복음화를 위해 교리교육의 능동적인 참여자인 부모와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협력 관계 속에서 부모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리교육 활동인 주일학교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자신의 자녀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함께 힘써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가정에 맡겨주신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명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신앙을 이어주는데 가정과 교회 공동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할 때가 많을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종교교육학자인 토마스 그룸조차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을 강조하면서도, 부모 자신이 가톨릭교회가 지닌 깊고 풍부한 신앙의 진리들을 제대로 알아서 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매우 힘든 일임을 이야기할 정도이니까요. 다만 자녀를 주일학교에 보내면서 겪게 되는 부수적인 어려움, 예를 들어 부모로서 더 신경 쓰고 맡아야 할 역할이 늘어날 때, 자모회와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부침이 생길 때, 주일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아이를 설득하기 어려울 때, 아이와 주일학교 활동으로 갈등을 겪을 때 등과 같이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주일학교가 신앙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고 마음을 닫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학교는 지식 전달의 기능과 보육의 기능, 그리고 공동체 훈련의 기능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식 전달은 인터넷 강의로 가능하지만, 공동체 훈련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녀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익히고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신앙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첫 번째 교리교사인 부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바로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신앙은 머리(지식)와 가슴(하느님과의 친밀함)과 의지(실천)의 세 가지 차원이 통합적으로 발달할 때 성숙해가게 되는 데, 이것은 공동체 안에서 더 잘 습득되고 체험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주일학교, 교회 공동체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익혀나갈까요?

첫 번째로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 그것이 전부”라는 첫 번째 복음 선포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 선포는 신앙의 문화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더욱 깊이 내면화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주일학교와 교회 공동체를 통해 예수는 우리 삶의 길이고 진리이며 생명이라는 믿음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로 하느님의 모상성, 즉, 인간이 지닌 품위인 인품을 배워갑니다. 인품이란, 예의와 배려, 가엾이 여기는 마음, 약자에 대한 옹호, 정서적 안정,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는 인내심, 굴하지 않는 용기, 도전하는 패기, 유혹에 대한 저항력, 자기통제력, 주의집중력, 사교적 능력 등을 말합니다. 인품은 부모를 통해 1차적으로 형성되지만, 인격적인 존중을 토대로 우정을 나누는 또래, 선후배, 좋은 어른들과 같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보완, 확장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 이와 같은 관계의 장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교회의 주일학교는 아직 남아 있는 선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세 번째로 영성적 능력(Spiritual Quotient, SQ)을 키워갑니다. 우리는 자녀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을 지켜내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직관하는 능력,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면을 통찰하는 능력, 현재의 낡은 틀을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능력, 중요한 가치를 식별하고 실행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지요. 이것을 우리는 영성적 능력이라고 합니다. 영성적 능력은 묵상, 성찰, 고독, 관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키워집니다. 교회 공동체는 오랫동안 이러한 훈련의 방식을 간직해왔습니다. 교회 공동체와 주일학교에서 전례와 기도생활, 복음묵상, 나눔 등을 함께하며 아이들은 어떤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부모에게 자녀를 잘 양성하라는 책임만 짐처럼 지워주시지 않습니다. 삶의 모든 장면을 축복의 장으로 열어주시고, 그 안에 많은 가르침과 좋은 조력자들을 준비해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부모 자신도, 자녀들도 흔들림 없이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고개를 돌려보십시오. 그리고 외로운 독불장군이 되려는 우리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걷고 계신 하느님을 바라보십시오. 가볍고 기쁜 걸음으로 공동체와 그 안에 계신 하느님과 함께 걸어갑시다. 우리 자녀들에게 교회 공동체 안에 담겨있는 축복 –신앙, 인품, 영성적 능력- 을 전하기 위해 주일학교를 잘 활용하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를 초대합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