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신앙에세이]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 두 번째 퍼즐 / 정원준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10-26 수정일 2021-10-26 발행일 2021-10-31 제 326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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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교리교사였던 누나를 통해 초등학교 4학년 때 첫영성체반에 등록하게 됐다. 1년 동안 교리를 배우면서, 적지 않은 기도문을 외워야만 했다.

긴 기도문은 잘 외웠는데, 짧은 기도문인 ‘삼덕송’은 잘 안 외워졌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고해성사를 주셨던 신부님께서 삼덕송 기도문 의미를 알려주시며 되새기면서 기도하라고 하셨다. 그 이후부터는 나의 머리와 가슴속에 삼덕송이 자리 잡게 되었다. 잘 외워지지 않았던 삼덕송 시험은 마지막 교리 시간에 통과했고 세례성사와 첫영성체를 모실 준비를 하게 됐다.

그때의 마음을 몇 년 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주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대부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던 「케네스 신부의 고백」이었다.

케네스 신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으로 입양됐는데, 양어머니의 지극정성 가득한 보살핌으로 세례성사를 받게 됐다. 그때 읽었던 케네스 신부의 마음을 나의 의지대로 각색을 한다면 이렇다.

“내가 믿고 의지하고 따르려는 주님을 온전히 내 안에 모실 수 있다는 감동은 그 어떤 것을 가져다주어도 비교할 수 없고 또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내면에서 숨 쉬고 있는 사랑이었다.”

그 내용이 얼마나 나의 심연을 울렸는지 케네스 신부님께서 첫영성체를 받았던 상황은 한 편의 수채화처럼 산뜻하게 마음에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주님을 내 가슴 깊이 모신 다음 그 감동을 이어받아 주일학교 복사단에 입단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신입복사라 왼쪽에 서는 보조 복사였는데, 복사한 지 두 번째 날에, 그것도 새벽 미사에 메인 복사가 예고 없이 못 나오게 되었다. 나는 그 전에 배웠던 것을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성찬의 전례 때 복사가 종을 세 번 쳐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종을 언제 쳐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맨 앞자리에 앉아 계셨던 할머니께서 손짓으로 언제 종을 쳐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미사 후 나는 세 번 다 종을 잘못 친 것을 알게 되었고, 어린 마음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신부님께서 나를 안아주시면서 괜찮다고 하셨다. 게다가 토스트, 계란후라이, 핫초코의 아침 식사도 함께 했다.

그 맛에 나는 미사 때 실수한 것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다음에도 새벽 미사에서 복사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