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Aging In Place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10-26 수정일 2021-10-26 발행일 2021-10-31 제 326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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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령화 현상 속에서 존엄한 노년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나온 용어가 ‘Aging In Place’(AIP)입니다. AIP는 ‘자신이 익숙한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기요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이 거주했던 집이나 지역사회를 떠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례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저도 지금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던지라, 가족돌봄이 어려운 현실 때문에 선택한 결과였지만 어머니 본인으로서는 원하지 않은 방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시설돌봄에만 치중하는 것이 현대판 고려장처럼 돼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개념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 이산가족 어르신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보통 이산가족은 해방 이후 헤어지신 분, 6ㆍ25전쟁 이후 헤어지신 분, 그리고 기타의 사유로 헤어지신 분들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산가족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집이나 지역사회’는 어디일까? 물론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꿈에도 잊지 못하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는 분들이 마지막 순간 보내고 싶은 그 공간은 어디일까 말이죠. 통일부가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현재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개최하고 있는 ‘이산가족 고향 사진전’에 관심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아마 그 답은 ‘고향’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 정치의 계절을 맞아 각 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 있고 다양한 통일외교안보 공약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공약 중 이산가족들의 AIP를 반영한 것들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개성시 인근에서의 당일 상봉, 이산가족과 장기수들의 상호 고향방문, 남북 고향영상 현재 모습 교환하기,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고향 땅 봉분 조성, DMZ내 남북 공동 추모관 조성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이는 북쪽의 호응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살고 계신 곳이 있는데 억지로 고향과 연결짓는 것이 과연 AIP 개념과 맞는 것인가라는 반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산가족들의 현재 이별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만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도 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 최고지도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큰 결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가 보기에는 남과 북 두 나라가 이산가족 문제마저 해결 못하는 한심한 민족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존엄한 노년의 삶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도적이고 인권적인 문제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