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심리적 공간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2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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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갈수록 심리적 공간 확보돼야 관계 안에서도 편안함 느낄 수 있어
마음 그릇 작으면 상대방 말 끊고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기 일쑤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시간 가지며 심리적 공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나무들은 어릴 때에는 촘촘하게 심어줍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커지면 옆 나무와 거리를 두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크질 못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하지만 커갈수록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즉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이것을 ‘심리적 공간’이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가 다 챙겨주는 자식들, 심리적 공간을 주지 않은 자식들은 제대로 성장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하고 부모에게 기생해서 사는 ‘루저’들이 됩니다.

심리적 공간이란 관계 안에서의 자유라고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은 대화로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그 대화 안에서 심리적 공간의 제공은 아주 중요합니다. 즉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심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 들어줄 때 상대방은 마음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론에서도 가장 중요한 상담 기법은 처음도 경청이고 마지막도 경청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것을 잘못합니다. 아이들이 잘못한 듯하면 속사포처럼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어른들 사이의 대화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고~”하며 다 듣지도 않고 끼어드는 사람들, 대화중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본인의 심리적 공간이 좁아서입니다.

즉 마음그릇이 너무 작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크기가 안 될 때 그런 현상이 생깁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심리적 공간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더 문제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내재화돼서 자기가 자기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심리적 공간이 좁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퍼붓거나 새치기식 대화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안의 심리적 공간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잠시라도 커피를 마시며 그냥 앉아있는 시간을 갖거나,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런 느긋함이 심리적 공간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아재 유머 하나 하겠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묻는다. “성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자기가 절대로 성인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정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가 정상적이 아님을 아는 사람들이다.”

“성격장애자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자기 성격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자기는 늘 깨어있고 정의롭고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 왔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다. 세상에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말귀 제대로 못 알아듣는 놈 가르치겠다고 용쓰는 미친놈이다. 왜!”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