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LG의인상 수상한 박춘자 할머니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5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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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돕는 기쁨 알려주신 주님께 감사”
김밥 장사로 모은 6억여 원 기부
전 재산 베풀고 복지시설서 생활 

박춘자 할머니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했을 뿐”이라 말한다.

“하느님께서 시키신 그 뜻대로 했을 뿐인데 상이라니, 과분합니다.”

박춘자(데레사·92·수원교구 성남동본당)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여 년간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온 공로로 9월 14일 LG의인상을 받았다.

박 할머니는 10세 무렵부터 50년간 김밥 장사 등으로 모은 전 재산 6억30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이 중 3억3000만 원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3억원은 장애인 거주시설 성남 작은 예수의 집 건립비로 건넸다.

박 할머니의 이러한 나눔은 평탄치 않았던 인생에서 나왔다. 그는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10세 때 집을 나와 아침에는 공부를 하고 낮부터 한밤중까지는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힘겨운 삶을 보냈다. 결혼 후에도 시련은 끝이 없었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남편과 이혼해야 했다. 박 할머니는 이에 굴하지 않고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았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 번듯한 김밥가게도 마련했다. 이후 김밥가게가 있던 곳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며 재산도 조금씩 불어났다.

박 할머니는 이렇게 모은 재산을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에게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 자신과 같은 불쌍한 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이 결심을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해 스스로 성당을 찾아가 43세에 세례를 받았다. 매일 성당에 나와 “장사가 잘 돼 남을 도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이후에도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마태 19,21)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아왔다. 60대 들어서 김밥장사를 그만둔 후엔 11명의 지적장애인을 직접 집으로 데려와 밥을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친자식처럼 돌봤다.

박 할머니는 최근 남은 재산인 월세보증금 2000만 원도 기부하고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다. 이번 LG 의인상 상금 역시 가난한 이들에게 쾌척했다.

지금도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틈날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게 일상이라는 박 할머니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하느님의 뜻대로 여력이 닿을 때까지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