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진상 종교인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9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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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겹겹이 쌓인 총체물이기에
구조·생리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어
종교인일수록 마음 앞에 겸손하며
마음에 대해 무지함 받아 들여야

심리치료 하는 상담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심리처방을 해주어도 듣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나는 내 마음을 다 알아!’ 하면서 고집을 부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마음 치유법에 귀를 막습니다. 그리고 자기식대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일에 충고 아닌 충고까지 합니다. 그래서 진상들이라고 하는데, 이들보다 더 골치 아픈 사람들이 종교인들입니다. 심리공부를 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몇 가지 어설픈 지식으로 마음에 대해 다 아는 듯이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마치 시장에서 만병통치약을 파는 사람처럼 보여서입니다.

실제로 의존적인 사람들이 그들의 돌팔이 처방을 따르다가 마음병을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사람 마음은 그렇게 간단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마음은 단순하지 않고 층층이, 겹겹이 쌓인 총체물이라서 그 구조와 생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무의식은 바다와 같이 깊고 넓어서 인간의 머리로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자기가 평생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애썼는데 다 보질 못했다고 고백했겠습니까.

몸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대상입니다. 해부하면 사람의 몸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몸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은 지금도 몸에 대한 연구가 한창입니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 마음을 다 안다’고 호언하는 종교인들이 있는데, 다 사기꾼들입니다. 종교인들일수록 자신이 마음에 대하여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마음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무지로 인해 수많은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길고 긴 코로나로 지쳐가는 교우분들게 꼰대유머 하나 소개합니다.

“여보세요. 신부님이시지요?”

“네.”

“저 신부님 유튜브팬이에요~ 강의 넘 잘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 하나 보낼게요~”

“아 그런걸 뭐….”

“(호호호) 근데 무료는 아니고요. 세일기간이라 반값만 받을게요! 아주 최고급 여성화장품이에요.”

“네? 저는 지금 와이프가 없는데요.”

“아 그러세요? 기러기 아빠이신가보다~”

“아 애도 없어요.”

“어머? 별거중이세요?”

“아뇨~ 결혼 안했어요.”

“어머! 독신이세요? 저도 혼자 사는데…”

“아 그게 아니고 신부들은 결혼하지 못해요.”

“어머! 제가 아는 신부님은 사모님 있던데요.”

“아 거긴 성공회일거예요. 그쪽에 연락해보세요~”

“어머 죄송해요.”

“생각 바뀌시면 전화주세요.”

난 착한신부라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전화해줄 거라고 했다. 유튜브 팬 하나 놓치기 싫어서……. 가끔 이런 전화가 와서 마음을 심란하게 하곤 합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