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영화 ‘사제로부터 온 편지’ 제작한 최종태 감독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8-31 수정일 2021-08-31 발행일 2021-09-05 제 326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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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삶 통해 오늘날 순교 정신 되새겼으면”

최종태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많은 신자들이 성인의 영성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200년 전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통해 오늘날 순교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1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제로부터 온 편지’를 제작한 최종태(베드로) 감독은 이 영화 제작의 취지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기념해 만든 ‘사제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교회 태동기부터 성인이 순교한 순간까지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된 다큐 영화다. 성 김대건 신부에 대해, 2021년 현재를 살고있는 신학생들과 사제들의 감상과 느낌을 덧붙이며 20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드는 내용으로도 눈길을 끈다.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흑백이 아닌 컬러인 점도 이색적이다.

최 감독은 “전문가들의 고증은 흑백으로 하고,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컬러로 만든 이유도 시대의 간극을 좁히고자 시도한 기법”이라며 “과거를 통해 오늘날 순교정신을 일깨웠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 “200년 전에도 지금처럼 콜레라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면서 “그러한 시기에 김대건 신부님이 탄생해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전했듯 많은 교우들에게 이 영화가 김 신부님의 영성과 신앙을 체험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최 감독은 애초부터 성인에 관한 영화를 구상하지는 않았다. 지난해에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를 연출한 인연으로 만난 유흥식 대주교의 제안이 그 시작이었다. 1년 남짓 남은 시간은 영화를 제작하기에 촉박했고 재정적인 문제도 컸지만, 최 감독은 우선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영화 제작 과정은 마치 성인이 탄 라파엘호의 항해와도 같았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거센 풍랑에 휩쓸리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했죠. 그저 하느님 이끄심에 맡겼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는 KBS가 지원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고, ‘저 산 너머’ 스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도우면서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이렇듯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최 감독은 영화 제작과 동시에 같은 제목으로 소설책도 집필했다. 그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성인에 대해 공부도 하고 영화 제작과 소설책 집필을 동시에 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만큼 개인적인 보람도 컸다”고 밝혔다.

“제가 참 예민한 성격이라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잠도 잘 못 잡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편안했어요.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성인의 지혜를 배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울러 최 감독은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극장에서 잘 받아주지 않아 흥행은 기대도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오히려 빨리 VOD 서비스로 전환해서 많은 신자들이 성인의 영성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