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박물관·기념관에서 만나는 김대건 신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8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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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에서부터 순교까지 성인의 숨결 살아 있는 듯
성직자 파견 간절히 염원했던 조선교회 신자들의 편지부터 성인이 직접 제작한 조선전도 친필 서한·문서도 볼 수 있어
성인이 태어난 생가에서부터 사제품 받았던 진자샹성당과 표착 당시 타고 온 라파엘호 역사 고증 통해 생생히 복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성인이 살아온 삶과 그 시대의 역사를 기억하며, 그 역사를 통해 우리의 삶과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것이기도 하다. 성인의 삶과 신앙을 역사서나 문헌 등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번 기회에 살아있는 역사책이라고도 불리는 박물관을 찾아 유물을 통해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대건 성인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전국의 박물관과 기념관을 소개한다.

김대건 성인 관련 박물관·기념관은 모두 성인 탄생 200주년 희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순례지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박물관·기념관 운영시간이나 개방 여부에 수시로 변동이 있을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 절두산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서울 절두산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신부·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6)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지하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기념 특별전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을 열고 있다.

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로 수많은 순교자들이 난 한국교회사 안에서 상징성을 지닌 공간으로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상설전시와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선교회가 성직자를 요청하는 서한에서부터 조선 최초의 신학생 발탁, 성인 삶의 여정, 순교 후 시성운동까지 시기별 유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조선 천주교회 신자들이 교황 비오 7세에게 보낸 서한과 김대건 성인이 작성한 편지들, 그리고 성인이 만든 조선전도, 「조선순교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보고서」 등을 전시한다. 이 밖에도 관련 그림·사진 자료와 예술품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박물관은 시간당 관람 가능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하루 이상 전에 성지 홈페이지(www.jeoldusan.or.kr)에서 예약을 하고 순례해야 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특별전은 희년이 마무리되는 11월 27일까지 열린다.

※문의 02-3142-4504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기념관

대전교구 솔뫼성지(전담 이용호 신부,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솔뫼 김대건 신부 기념관은 성인의 고향인 솔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기념관에서는 그동안 그려진 성인의 초상들을 시작으로 솔뫼가 속한 내포 지역의 교회 역사, 성인 집안의 가계, 성인의 행적과 순교에 관련한 활동도, 모형도,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에 전시된 문서와 친필 서한들은 원본은 아니지만, 서한의 원본 크기 그대로 복사·전시해 당시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기념관의 형태 자체도 배 모양으로 성인이 조선으로 입국할 때 타고온 라파엘호를 기억하게 해준다.

아울러 기념관에 마련된 영상실에서는 내포교회와 성인의 역사를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성인의 뒤를 이어 사제로 살아가다 선종한 이들의 유품이 전시된 기획전시실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솔뫼성지는 성인이 탄생과 유년시절을 기념하는 곳으로, 성인 일가의 생가를 복원하고 있어 기념관 밖에서도 성인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기념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로 운영시간을 축소해 매일 오전 10시30분~오후 4시30분 개방하고 있다.

※문의 041-362-5028 내포교회사연구소(공휴일 휴무)

대전교구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기념관에 전시된 성인의 친필 서한. 조선과 중국을 넘나들며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종이에 쓴 편지들이어서 용지의 크기와 질이 일정하지 않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대전교구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기념관에 전시된 성인의 턱뼈와 머리카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용수성지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관

제주 용수성지(관장 허승조 신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용수1길 108)는 2006년부터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은 건축면적 555.37㎡ 규모로 ‘김대건신부관’, ‘제주교회사관’, ‘제주교구 선종사제관’ 등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기념관 2층 전시실에는 성인이 표류 끝에 제주 용수리 해안에 표착한 여정을 재현한 모형들과 성인의 신앙과 삶을 알 수 있는 관련 사료들이 전시돼있다. 또 기념관 옥상 전망대에서는 용수포구를 비롯한 제주 서북 해안, 바로 성인이 라파엘호를 타고 왔을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인의 표착을 기념하고 있는 성지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전시물이 있다. 표착 당시 성인이 타고 온 라파엘호의 복원물이다. 교회사학자들의 고증을 통해 복원한 라파엘호는 길이 13.5m, 너비 4.8m, 깊이 2.1m, 총중량 27.2톤 무동력 목선이다. 라파엘호에 있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상’은 성인이 풍랑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함께 탄 신자들에게 보여주며 격려하던 ‘기적의 성모상본’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

기념관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체가 아닌 개인 관람만 가능하다. ※문의 064-772-1252 용수성지

성인이 표류 끝에 제주 용수리 해안에 표착한 여정을 볼 수 있는 용수성지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인의 생애와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김대건 기념관 내부.

■ 은이성지 김대건 기념관

수원교구 은이성지(전담 이상훈 신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은이로 182)는 한옥 형태로 지어진 김대건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은 성인의 생애와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성인의 생애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한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이곳에선 성인의 탄생과 성장, 서품, 입국, 사목, 순교에 이르는 장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한국·중국·필리핀에 걸친 성인의 활동여정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성인이 사목한 은이공소 신앙선조들이 사용한 유물을 전시해 성인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성지는 성인이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발탁된 사건, 그리고 사제가 된 후에 사목을 한 곳을 기념하는 곳이다. 동시에 성인이 사제품을 받은 상하이 진자샹(金家巷)성당의 원형을 복원해 성인의 사제서품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성지 성당은 다른 의미에서 또 다른 박물관이다. 도시계획으로 철거된 중국 진자샹성당의 건축자재 중 일부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진자샹성당의 증축 흔적까지도 고스란히 복원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김대건 기념관은 임시 휴관 상태로, 거리두기 4단계가 해제된 이후 교구의 지침에 따라 다시 운영할 예정이다.

※문의 031-338-1702 은이성지

1845년 김대건 성인이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았던 중국 상하이의 진자샹(金家巷)성당의 모습을 복원한 수원교구 은이성지 내 성당과 김대건 기념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