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거룩한 땅으로 가는 길 /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7-13 수정일 2021-07-13 발행일 2021-07-18 제 325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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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당에 들어갈 때마다 울컥한 마음이 듭니다.”

「성당, 빛의 성작」을 쓴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이자 건축가인 김광현 교수는 성당에 들어갈 때면 경이로운 감정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건축가이자 가톨릭 신자로서 오랫동안 성당 건축을 공부해온 그는 성당에는 거룩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교회 건축가 루돌프 슈바르츠가 제시한 ‘빛의 성작’ 개념이 성당의 건축 공간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그리스도의 몸이 담겨 있는 성작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거룩한 일”이라고 말했다. 묵직한 성당 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는 순간, 거룩한 공간으로 초대된 우리. 그곳에서 행해지는 모든 언어와 동작, 행렬, 음악, 미술, 빛은 최고의 종합 예술로,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매개체가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미사 때 딴생각을 하느라 복음 말씀을 듣지 않고, 매주 부르는 성가가 귀찮게 느껴졌던 순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에 드리운 아름다운 빛을 보지 못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죄를 짓거나, 자신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자신의 집을 내어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신자들이 성당에 가지 못했다. 누군가는 아쉬워하거나, 누군가는 주말에 시간이 생긴 것 같아 반가워했을지 모른다. 혹은 ‘앞으로 계속 성당에 안 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유혹에 사로잡힌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느님은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거룩한 땅에 도착할 수 없다.

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