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손쉬운 비판을 넘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1) / 양두영 신부

양두영 신부(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 보좌)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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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안의 청년들만 보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울타리 밖 청년들의 실제 삶을 봐야 합니다. 청년들의 애환, 열정, 가능성, 그리고 그들이 이뤄내는 놀라운 소통과 연결을 조금만 접해봐도 지금 교회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지, 그들이 왜 성당을 갑갑해 하고 나오지 않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작은 채널을 운영하는 한 청년이 어느 날 제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 신부님, OO교구에서 일하는 신부님이 저희한테 ‘야, 너네 그거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러고 있지 말고, 돈 줄게 우리 하는 거에나 붙어’ 그러시는 거예요.”

저는 그 신부님이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초대해주려 하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하소연도 이해가 갔습니다. 우리에겐 보다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일방적으로 교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저는 앞선 설문의 응답들과 위와 같은 청년들 하소연에 저도 ‘청년’ 신부로서 크게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그 모든 비판을 제 얘기로 받아들입니다. 저 역시 교회 구성원이기 때문이고 저도 반성할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판은 참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고, 공동체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자기 몫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만 제 몫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들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제가 찾은 길을 나누려 하는 것입니다.

제가 찾은 대안은 ‘연결/연계 시스템’입니다. 올 초에 기후 위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주교회의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응답자 절반 이상이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충격적인 설문 결과가 있었습니다. 교회의 주요 성찰이나 지침조차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이건 단지 일선 사목자들의 무관심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닌 겁니다. 사실 청년 사목에서도 “청년들이 불통으로 답답해하니까 일선 사제들 정신 차리고 소통해라” 이런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건 대안이 아닙니다. 거기다 정말 새겨들어야 할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들어도 ‘자기는 잘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니 ‘신부가 관심이 없으면 신자들은 전달도 못 받고 연결되지도 못한다’면 그건 그 신부 탓도 있지만 그런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시스템적 공백이 더 문제인 겁니다.

신부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습니다. 전문화와 연계를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대한 활용되면서 전체적인 상향평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손쉬운 비판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정말로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합니다. 그 점에서 필요한 건 연결/연계 시스템입니다.

그러면 예컨대 주교회의 차원에서든, 합의 하에 어느 한 곳이 도맡든, 기존 부서에 권한을 부여하든, 신설을 하든, 전국 온라인 연결부서 같은 게 있으면 어떨까요?

양두영 신부(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