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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듣는 마음을 주소서 8 - 청년들에게 묻고 듣다 / 양두영 신부

양두영 신부(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 보좌)
입력일 2021-06-15 수정일 2021-06-15 발행일 2021-06-20 제 32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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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질문의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6.7%만이 본당 청년회/교사회 중심의 기존 청년 사목 형태에 만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존의 형태를 완전히 혁파하고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8%가량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청년들이 본당/지역에 국한된 청년회/교사회/프로그램 봉사자 단위 형태에서 일종의 갑갑함이나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연관해 80%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온라인을 활용한 본당/지역을 뛰어넘는 청년 신앙 커뮤니티’를 희망하고 있다는 의견은, 청년들이 신앙 안에서 보다 의미 있고 폭넓은 ‘연결’을 바라고 있으며, 따라서 젊은이 사목을 이제까지의 본당/교구 단위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52%가량이 기존 형태를 기초로 ‘범교구적인 온라인 청년 커뮤니티가 연계하는 형태’를 청년 사목의 현실적 대안으로 꼽은 것을 참고한다면, 한국교회 차원의 연계와 협력이 강하게 요청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설문은 ‘그 외에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나 아이디어가 있다면?’이라고 물었고 여기서 미처 다 다룰 수 없는 다양한 의견들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신소재가 실시한 설문 내용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애초에 저희 팀 내부 차원에서 참고하려고 만든 설문이었고, 또 통계나 리서치 공부를 한 사람이 만든 설문이 아니기 때문에 문항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졌겠지만 대략적인 여론을 확인하는 정도에서는 그래도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모든 답변이 예상과 같았고, 이전부터 주장해오던 바와 상통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봐라 청년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나? 당장 전부 그들의 바람대로 해야 한다”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무조건 그들의 요구대로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겁니다. 사실 내가 바라는 교회도, 네가 바라는 교회도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지금 주님께서 바라시는 교회 모습은 무엇인가입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듣는 마음을 청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겁니다. 예수님도 청년이기 때문입니다.

신소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어느 신부님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기보다 먼저 그들에게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그때 이 말이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래, 소통과 동반 중요하지, 분명 배울 것도 있고. 근데 그래도 우리가 알려줘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리는 더 듣고 더 배워야 합니다.

양두영 신부(제1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