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천주교 귀의’ 끝내 이루지 못한 전교 목표 아시아 각국 천주교 전파에 ‘중국 황제의 세례’는 큰 의미 선교사들 각별한 노력 기울여 황제와 개인적인 친분 나누고 과학·예술 교류에 힘썼지만 목표 실현에는 현실적 한계
그리스도교를 중국에 ‘천주교’로 뿌리내리게 한 예수회 선교단은 전교활동의 전제를 그 사회에 융합, 동화로 인식하며 철저한 적응주의로 중국 개교(改敎)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선교사들은 중국 사대부(士大夫) 지식층에게 서양 학문과 기술을 소개, 전달함으로써 친교를 맺고 전교했다. 전교의 궁극 목표는 바로 황제였다.
■ 중국황제의 세례는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중국황제는 과연 천주교 신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중국에는 유럽사회에서 볼 수 있는 국가와 교회, 정치권력과 교회세력이라는 이원성(二元性, Dualismus)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독일 역사학자 볼프강 프랑케(W. Franke)의 논리가 해답을 제시한다. 중국황제는 정치적으로 국가권력의 정점이며 동시에 천자(天子)라는 명칭이 상징하듯 천제(天帝)의 권리대행자로서 정신적 구심점이기도 하다. 즉 중국의 창조주 개념인 천(天) 혹은 천제 또는 상제(上帝)가 자신의 피조물을 직접 다스릴 수 없으니 대신 천명(天命)으로 천자를 보냈는데 그가 황제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제국의 정신적, 실체적 상징인 황제가 어느 외래종교에 투신해 그 조직에 속하거나 그 종교의 수장에게 심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황제가 선교사에게 보인 관심과 호의는 그들이 소유한 학식과 인간성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들이 소속된 종교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황제를 천주교에 귀의시키고자 했던 선교사들의 간절한 소망과 시도는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장정란(베로니카) 한국교회사 아카데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