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한 서울 동성고 교장 조영관 신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톨릭적 교육 지향한 결정… 예신반<예비신학생반> 명맥 유지”
자율성 위해 2009년 전환했지만 이제는 자사고에 불리한 환경
재학생 최우선 배려한 변화 
인문중점학급 운영하면서 사제 지망 학생 교육할 예정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한 동성고 교장 조영관 신부는 “이번 결정은 지성과 인성의 통합이라는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에 부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동성고는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가톨릭 명문 사학으로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는 5월 27일 자율형사립학교에서 일반고등학교로 전환을 발표하며 가톨릭 학교로서의 동성고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동성고는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받고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에 맞는 교육을 하고자 2009년 자사고로 전환했다. 이후 동성고는 지성과 인성의 통합 교육이라는 가톨릭 교육이념 실현과 미래 사제 양성을 위한 예비신학생반(이하 예신반)을 운영하며 자사고로서 가톨릭적인 교육에 매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4년과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고, 최근까지도 자사고의 모범적인 선례를 보였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5년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로써 교육과정 자율권 회수, 학생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 등 자사고로서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줄어들었다. 또한 2025년 예정된 고교학점제와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등 자사고 유지에 불리한 교육 환경이 조성됐다.

“무엇보다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동성고의 정체성과 관련된다”고 말한 조 신부는 “현시점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자사고의 옷을 벗을 때, 보다 자율성을 갖고 동성고다운 교육을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학교법인과의 진지한 논의 끝에 일반고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최우선 배려 대상이 재학생임을 강조했다. 현재 동성고에 재학 중인 1학년이 졸업할 때까지 기존 교육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무상교육을 받게 되는 신입생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내년부터 2·3학년이 되는 재학생들에게 학교법인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가장 우려된 부분은 소신학교의 명맥을 유지한 예신반 폐지 문제다. 조 신부는 “교육청과 가장 먼저 협의했던 부분이 바로 예신반 유지였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 자사고를 대상으로, 교과중점학급을 운영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동성고는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에 기반을 둔 ‘인문중점학급’을 개설하기로 했다. 조 신부는 “인문중점학급에 라틴어, 종교학, 철학 등 교과목을 개설해 사제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줄 예정”이라며 “인문중점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은 바로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길게 봐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도 ‘너는 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점을 항상 강조합니다. 어떤 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길게 보면 이러한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가 명문 학교입니다. 교회 입장에서는 교육의 복음화죠. 가톨릭 교육철학과 교육이념을 목표로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동성고는 자사고였을 때보다 더 좋은 명문고로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