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이건 아니다 / 서난석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12-20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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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참례하러 가는 길은 늘 아름답고 새롭다. 주님을 뵙는 설렘까지 겹쳐진 행복한 시간이다. 요즘에는 가로수 잎이 풍성해서 길이 조붓해졌다. 주변 풍경이 참하고 맑다. 길섶의 들꽃이 함초롬하게 피어 고개를 내밀면서 하느님을 뵈러 가느냐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낯익은 풍경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 순간, 덤프트럭이 지축을 흔들면서 우리를 덮치기라도 할 기세로 달려오고 있다. 여러 대 트럭이 몰려오는 바람에 남편은 차의 속도를 줄이면서 말한다.

“어디에서 또 공사를 하나?”

산자락 어느 곳에선가 집터를 만들려고 대공사를 벌이는 모양이다. 흙을 싣고 다니는 트럭의 행렬이 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제까지 멀쩡했던 산자락이 무너져가고 있다. 중장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파헤치기 시작하면 산의 속살이 순식간에 드러난다. 보기조차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런 몰골에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가 사는 뒷산에도 그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 누가 집을 짓겠냐’고 중장비 기사에게 물었더니 이곳은 높은 축에도 들지 못한단다. 아직도 더 깎아낼 산이 부지기수로 남았단다.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일이기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친다면 자연 재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마구잡이 공사에 문득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 역시 산자락에 살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사가 너무 빈번해서 멈췄으면 싶은 바람이 나만의 의견이 아닐 것이다.

하느님의 오묘하신 창조물을 가꾸고 다듬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데 그 반대의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허망하고 안타까운데 하느님께서는 오죽 슬퍼하실까?

성당 가는 길 벚꽃 가로수가 훼손되었을 때의 상실감은 지금도 먹먹하다. 성장한 나무가 깡그리 베어졌고 경사도가 심한 택지로 조성되었다. 휑한 길에 석축을 쌓아 볼썽사나운 꼴이다. ‘급매물’이라는 간판만 나부끼고 있어서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삭막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분노에 더디신 하느님이시어도 이런 모습을 보시면서 얼마나 기가 막히고 애가 타실까? 무분별한 행태가 안타까우셔서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실 것이다.

또한 단호한 어조로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라는 하느님 음성이 귓전을 울린다.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