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 요갤러리,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전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5-25 수정일 2021-05-25 발행일 2021-05-30 제 324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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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복음에서 만난 여성들의 삶,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복음 통독 프로젝트의 시작
종교·분야 각기 다른 작가 6명
6개월간 복음 읽고 생각 나눠
성경에 대한 단상·이미지 주제
다양한 예술 작품 선보여

강진이 ‘엄마와 아기’.

박종호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철학적 심오함을 담고 있는 문장 같으면서도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질문이기도 하다.

6월 15일까지 서울 명동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관장 조성지, 이하 요갤러리)에서 열리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엄마는 무슨 樂(낙)으로 사셨을까’ 전은 이러한 궁금증을 루카복음과 함께 풀어본다.

전시에는 강진이(프란치스카), 로리킴, 박종호, 이웅배, 최경희, 최기 등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천주교, 개신교, 무교로 각각 종교도 다르고 연령대도 30~60대다. 활동분야 또한 회화, 조각, 공예, 설치, 퍼포먼스는 물론 심지어 교육, 출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이번 작업이 아니었으면 서로 만나기조차 어려웠을 이들이다.

이번 전시는 요갤러리의 복음 통독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지난해 성모 승천 대축일인 8월 15일 참여 작가들이 첫 만남을 가진 후,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매주 루카복음(총 24장) 한 장씩을 읽고, 그에 대한 단상을 이미지와 글로 메모했다. 그런 다음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정기모임에서 이를 발표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기록은 요갤러리 조성지(마리아 막달레나) 관장이 맡았는데, 기록자 역시 통독과 발표, 경청에 참여하며 이를 회의록으로 남겼다. 첫 만남은 대면이 가능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독특한 것은 전시제목과 기획취지 등에 대한 사전 설명 없이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정기 회의에서도 성경에 대한 전문 강의나 해설, 토론을 자제하고, 발표에 대한 반응도 최대한 절제하도록 했다. 친교보다는 루카복음과 전시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올 2~5월 3개월간의 정기회의를 통해 복음 통독과 기록들을 복기하며 주제와 관련한 출품계획을 협의·조율해 마침내 전시로 구체화하게 됐다.

전시를 기획한 조성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여자’, ‘엄마’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우리 곁에 함께하는 숨은 일꾼의 삶을 복음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시작됐다”며 “루카복음은 가난하고 병든 이, 여성과 어린이, 이방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보편적 구원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음 통독 프로젝트의 첫 번째 복음서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루카 복음사가는 의사이자 화가였기에,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고통 상황 속에서 예술가의 소명과 사명을 복음으로 안내하는 좋은 동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루카복음 2장 40절을 ‘엄마와 아기’라는 제목의 자수 작품으로 표현한 강진이 작가는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성모님의 일생을 더 명확하게 읽을 수 있었고, 성모님을 더 가까이 만나 뵐 수 있었다”며 “어머니 마리아의 인내와 희생이 밑거름이 돼 예수님을 통한 인류 구원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람시간은 평일 및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주일 오후 1~8시이다.

※문의 02-318-0131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