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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인권과 민주주의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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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가 전면에 강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대외정책의 중요 기조였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핵심 기조가 됐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주의 국가의 인식은 미국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가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제노역 결과라며 수입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에 중국은 어떠한 인권탄압도 없었다며 서방 국가들에게 보복 제재를 가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이 “인권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 정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외부의 압박을 통해서는 근본적으로 북쪽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그동안 ‘인권’이라는 이름 하에 이라크 등에서 행했던 미국의 ‘위선’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북쪽의 인권인식에는 몇 가지 구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주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식입니다. 예를 들어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의 권리가 인권이다”라고 합니다. 둘째는 ‘계급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식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 인권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적대분자들과 인민의 리익을 침해하는 불순분자들에게까지 자유와 권리를 주는 초계급적 인권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북쪽이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인 ‘사회권’ 중심의 인식입니다. 의식주, 보건, 교육 등 인민생활의 기본적 필요를 제공하는 것에 1차적 관심을 두고 있는 체제 특성상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넷째는 ‘자유권’에 대한 인식인데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등으로 북쪽이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참으로 소중한 가치이고 부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천부인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늘이 부여한 인권은 함부로 침해되거나 훼손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사회교리도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며 군부의 폭력적 진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권적 측면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아웅산 수치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서로 다른 인권인식 속에서 우리 나름대로의 기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사회이건 내부의 노력과 힘에 의한 변화, 해당 사회의 인식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권은 이념과 체제, 국가의 친소 여부를 떠나 평등하게 보호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호하려는 것은 이념과 체제, 국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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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