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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서품·착좌] 이모저모

박지순 beatles@catimes.kr,사진 박원희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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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일치 이끌며 평화 이룩할 목자 탄생

4월 9일 오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제4대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서품 및 착좌식에서 이날 주교품에 오른 서상범 주교가 바닥에 엎드려 성인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제4대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서품 및 착좌식은 국토방위 사명을 가진 전국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사목대상으로 하는 군종교구의 화합과 일치,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4월 9일 오후 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에는 새로운 군종교구장을 맞이한다는 환희와 감격 그리고 엄숙함이 공존했다. 또한 거룩한 예식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되는 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봉사자들의 발길이 돋보였다.

◎… 영광스런 자리에 입장

10년 6개월여간 군종교구를 이끌었던 제3대 교구장 유수일 주교에 이어 서상범 주교가 제4대 교구장에 착좌한 4월 9일은 더없이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서품 및 착좌식이 열린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도 서 주교의 군종교구장 착좌를 축하하며 푸르른 하늘 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군종교구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부득이 서품 및 착좌식 입장 인원을 주교단과 사제단을 포함해 총 250명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타 종교 지도자, 가족과 친지, 군종교구 소속 및 유관 기관 회원, 서 주교가 주교 임명 전 주임을 맡았던 서울 대치동본당 신자 등 모두 12구역으로 구분된 좌석에 앉은 참석자들은 서품 및 착좌식 시작 30분 전부터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해 착좌식이 끝날 때까지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 화합과 일치의 자리

군사목은 군부대에서 가톨릭과 불교, 개신교 군종장교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이뤄진다.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은 가톨릭만의 행사가 아닌 타 종단과 화합을 이루는 장이기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 교구장 선묵 혜자 스님,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예비역 육군 대령) 등 타 종단 군사목 지도자들도 자리를 빛냈다. 선묵 혜자 스님은 “서상범 주교님이 군종신부로 오래 일하시고 교구장까지 되셨으니 불교와 가톨릭의 화합, 이 나라 평화를 위해 앞으로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군종목사단 단장을 역임하며 서 주교와 인연이 깊은 이정우 목사는 “서 주교님은 임관 년도로는 저보다 2년 후배지만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은 저에 앞서 맡아서 너무나 잘 아는 분”이라며 “군종교구를 이끌고도 남을 분이고, 종단을 망라해서 협력과 연합을 이룰 지도자가 되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서상범 주교에게 안수하고 있다.

서 주교가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 교구장 선묵 혜자 스님(맨 오른쪽)과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사무총장 이정우 목사(예비역 육군 대령, 맨 왼쪽) 등 타종교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 입장 전 명단 작성 및 발열체크를 돕는 봉사자들.

서 주교가 교구장좌에 앉는 순간.

◎…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이 진행되는 동안 두 손을 꼭 모으고 가장 간절히 기도한 이들은 역시 가족과 친지들이다.

서 주교 고모인 서성전(멜라니아)씨는 “서 주교 어머니가 서 주교를 신앙 안에서 잘 키우셨다”면서 “사제로서 너무나 잘해왔기 때문에 더 바라거나 기대할 것은 없고 건강하게 사목하기만을 기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 주교 사촌 누나인 김시경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는 “우리 가족 안에서 주교님이 탄생하셔서 영광이고 그만큼 주교님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서 주교는 서품 및 착좌식 전날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에 묻혀 있는 부모님(서성용 안드레아·봉병옥 아녜스)과 자신을 사제로 서품한 김수환 추기경 묘소를 찾아 자신이 받은 은공에 감사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 나를 낮추는 봉사의 발길

새 교구장을 맞이하는 영광된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봉사에 헌신한 신자들이 있어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은 더욱 빛났다.

군종교구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인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회원 중에는 김진택(토마스 아퀴나스) 회장만이 명동대성당 안에 자리했을 뿐 직원들과 각 지회장단은 성당 밖에서 안내 봉사에 정성을 다했다. 군종교구청 직원들 역시 성당 주변에서 참석자 발열 체크와 인적사항 확인, 자리 안내 역할에 분주했다. 김진택 회장은 “군종후원회는 항상 그랬듯이 보이지 않게 봉사하겠다”며 “서 주교님이 힘든 시기에 어려운 자리를 맡으셨지만 군종후원회는 새 교구장님께도 순명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성가를 담당한 앗숨성가대는 홍민영(비비안나) 지휘자 등 7명만이 참석해 서울 대치동본당 안젤루스 기악단 5명과 호흡을 맞춰 천상의 소리로 전례를 장식했다.

군종교구민의 정성을 모은 영적예물을 전달 받는 서 주교.

◎… 전직 국방장관들, 예비역 장성들 한 자리에

서 주교 서품 및 착좌식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현역 군인들의 참석은 제한됐지만 김관진(아우구스티노)·한민구(아우구스티노) 전 국방부장관, 정승조(모세)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송정목(토마스) 예비역 해군 중장 등이 참석해 서 주교의 제4대 군종교구장 착좌를 축하했다. 또한 서 주교가 지도신부를 맡았던 한국콜럼버스기사단 회원들도 기사단 복장을 갖춰 입고 서품 및 착좌식을 지켜봤다.

송정목 예비역 중장은 “서 주교님이 군종교구 총대리 하실 때, 예비역 장성모임 이냐시오회 회원으로서 군종교구 업무에 협력해 드렸다”며 “군인 교우들을 잘 아시는 서 주교님이 군종교구를 잘 이끄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콜럼버스기사단 박용춘(필립보) 전 회장 역시 “콜럼버스기사단 지도신부였던 서 주교님이 교구장이 되신 것은 우리 기사단에게도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기사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박지순 beatles@catimes.kr,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