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택배기사 위해 활동하는 윤예림 변호사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7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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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과로사 없도록 업계 구조개편 필요”
물량 많아져도 가격 낮아져
비용 현실화가 근본 대책
성과 강요와 인건비 줄이는택배업 종사자 희생 막아야

윤예림 변호사는 “코로나19 시기 더 역할이 커지는 택배기사님들을 형제애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택배기사님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더불어 살아야 할 분들입니다. 더 이상 이들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윤예림(마르타·41) 변호사는 “기사들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는 택배업체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과로로 인해 숨지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택시모’(택배기사님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활동을 해왔다. 올 1월에는 택시모 활동 일환으로 SNS에 ‘늦어도 괜찮아’ 응원 피켓을 든 사진을 인증했다. 더 이상의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는데 시민들이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과도한 업무로 희생된 택배기사 유가족들을 위한 기금 모금, 택배기사 응원 스티커 발매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도 해왔다.

윤 변호사는 택배기사 유가족들을 위한 기금 모금에 보여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부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김치 판매 회사에서 택배기사들의 안전을 걱정해 15만 원을 기부한 것을 꼽았다. 신속한 배송이 중요한 업종이지만, 그만큼 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감동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기금 모금에는 총 790명이 참여해, 912만4000원이라는 금액이 모였다. 택시모는 이를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윤 변호사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택배비용 현실화’를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은 보통 2500~3000원 정도에 택배를 이용하지만, 물건을 많이 보내는 분들은 개당 1800원 정도에 보내는 분들도 많다”며 “많은 물량으로 낮아지는 가격은 택배기사들의 수익감소와 과로로 이어져 왔기에 비용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 정부가 택배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한 내용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성과를 강요하고, 인건비를 줄이려는 택배업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많은 종사자들의 희생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 삶에 필수적인 유통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 달라”고 부탁했다.

윤 변호사는 앞으로 “택배기사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해당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택배기사들을 공동체 구성원이자 더불어 살아갈 이들로 생각하자”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형제애’로 택배기사님들을 바라봐주길” 희망했다.

“저도 택배 기사님들의 서비스를 계속 받는 고객으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더불어 살아가고 싶습니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형제애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이 절실합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