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황태종 신부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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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반대는 제주도민의 뜻… 고유의 자연 지켜야”
생태 수용성 적정선 넘어
개발이라는 명분보다는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사는
형제의 마음으로 바라보길

황태종 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진정으로 제주 성산읍 주민들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인지 신중히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제주교구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이런 큰 결정을 단순히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이지 말라는 도민의 요청입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황태종 신부는 3월 27일 발표한 성명서에 대해 “처음부터 급하다고 첫 단추를 함부로 꿰면 나중에 영영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주도정이 제2공항 건설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도민들의 여론을 수용하길 희망했다.

황 신부는 4월 3일 제주국제공항과 4·3평화공원 일대에서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관계자들과 함께 제2공항철회 현수막 시위를 펼쳤다. 도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제2공항 추진을 강행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반대 의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교구는 제2공항 문제에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우선으로 뒀다. 2월 18일 제2공항 여론조사결과에 어떠한 논평도 하지 않았던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그러던 교구가 3월 27일 전격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것은 제2공항 사태를 제주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자는 이유에서다.

황 신부는 “현대 경제는 ‘적정선의 규모’를 중요시 한다”며 “학계의 많은 학자들이 제주의 생태 수용성에 적합한 인구를 70만 명이라고 했는데, 우린 이미 적정선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정작 제주에 살던 이들이 이곳을 떠나야 했다”며 “제주가 공단화되고, 거대자본화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주도정이 여론을 무시한 점도 꼽았다. 황 신부는 “제2공항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일자리’라는 명분으로 건설을 강행하는 도정과 원 지사의 행보는 문제”라며 “제주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문제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신부는 앞으로 제주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7년간의 기후변화 대응을 교구 차원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교구는 앞으로 생태영성학교인 ‘틀낭학교’를 모든 본당에 개설하고, 29개 본당에 개설한 환경사목단체 ‘하늘땅물벗’을 통해 680개 소공동체에서 생태환경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교구민 8만여 명 중 일부라도 제주 자연을 지키는데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황 신부는 마지막으로 “이번 제2공항 사태는 우리가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모두가 ‘형제의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길 요청했다.

“예수님께서 우려하시던 ‘바알 신앙’은 바로 풍요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제주가 경제적 성장이 필요한 곳이 아닌, 고유의 아름다움과 정신을 계속 간직하고 도민들이 행복한 섬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