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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사제의 밤: 불확실한 시대의 신앙」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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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작은 믿음’이 지니는 의미
토마시 할리크 신부 지음/최문희 옮김/280쪽/1만9000원/분도출판사
고해성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토마시 할리크 신부의 신학적 통찰
종교 간 대화, 영적 자유와 인권 보호 증진 등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2014년)을 받은 토마시 할리크 신부가 다시 한번 현대인들이 품고 있는 신앙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깊은 신학적 통찰로 바라본다.

「고해 사제의 밤: 불확실한 시대의 신앙」은 2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사제로 살아오면서 화해의 성사를 받으러 오는 이들과 나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불안정한 현실과 흔들리는 신앙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신앙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전작인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 「상처 입은 신앙」 등에서 침묵하는 하느님과 흔들리고 의심하는 신앙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했다. 전작들에서 저자가 하느님의 침묵과 불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믿음·희망·사랑으로 표현되는 인내를 요구했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의 작은 신앙을 응원한다.

예수님은 “여러분이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갖고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옮겨 갈 것입니다”(마태 17,20)라고 하셨다. 이 작은 믿음은 죄스러운 부족한 믿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작은 믿음’의 반대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 곧 ‘확신’과 이념에 매몰돼 더 멀리, 더 깊이 보지 못해 신앙의 신비를 놓치고 마는 가벼운 믿음이라고 말한다.

‘작은 신앙’은 ‘쉬운 신앙’이 아니다. 할리크 신부는 크고 굳건한 신앙에 비해 ‘작은 신앙’은 어쩌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은 믿음’이 때로는 ‘커다란 믿음’보다 더 많은 생명과 진리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의 ‘작은 신앙’이 심겨져 뿌리를 내리고 큰 열매 맺기를 응원한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