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종이신문 위기에도 저는 ‘열일’해요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4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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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닿지 않는 곳에도 사랑 전하는 저는 ‘종이신문’입니다”
중요한 교회 소식 한눈에 파악
고령화된 신자들 위해서도 유용
한국교회 생생한 역사 기록·보존 
유료로 볼 수 있는 일간지와 달리
교도소 안에서 무료로 배포되어
수용자들에게 희망의 빛 전해

“안녕하세요? 94살 생일을 맞은 가톨릭신문이에요.”

가톨릭신문이 창간 94주년을 맞았다. 1927년 4월 1일, 조국성화를 꿈꾸며 청년들이 만든 작은 월간 회보는 이제 어엿한 한국교회 대표적인 매스컴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24시간 손만 대면 펼쳐지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종이신문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가톨릭신문이 1인칭 시점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 준다.

■ “제가 사라질 거라고요?”

저를 포함해 종이신문이 위기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 보셨지요?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신문 이용자는 10.2%로 10년 전(52.6%)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이에 반해 결합열독률(종이신문을 포함해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IT 기기 수단으로 신문 기사를 읽는 비율)은 89.2%를 기록했습니다. 뉴스를 보는 비율은 높아졌는데 종이신문 이용자는 급감한 것이에요. 지난해 뉴욕타임즈 CEO(최고경영자) 마크 톰슨도 20년 안에 종이신문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죠.

하지만 국내외 주요 일간지는 인터넷 매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어요.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허위 조작정보’가 24.6%로 가장 높았고, ‘편파적 기사’가 22.3%로 그 뒤를 이었어요. 실시간 인터넷 뉴스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거죠.

반면 종이신문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믿을 만한 거죠! 취재 현장에서 기자들이 땀 흘려 취재하고 이어 교정 및 편집 등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기사가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정확한 사실 전달에 초점을 둡니다.

‘신문의 꽃은 편집’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20여 개 면을 넘겨 보며 각 면에서 중요한 기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이나 행보 등 전 세계 교회 이야기를 보며 기사 편식도 막을 수 있죠!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교회 내 종이신문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원장이자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이신 김민수 신부님 말씀을 들어볼까요?

“가톨릭신문은 한국교회 역사적인 차원에서 보존가치가 있으며 고령화된 신자들을 위한 종이신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기사를 읽으면서 잘못된 교리를 거를 수도 있죠.”

50여 년간 저를 구독하고 있는 이상열(베르나르도)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님도 “교회 이야기를 종이신문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효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답니다. 에헴~

■ “성당에서 저를 이렇게 만나볼 수 있어요~”

가끔 저를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먼저 전화 혹은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독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신문사로 전화 주시거나 홈페이지 ‘구독 신청 문의’란에 문의사항을 남겨주시면, 매주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보실 수 있도록 도와 드립니다. 다음으로 본당에서 구독신청을 했거나 신문사에서 본당 홍보를 나갈 때 본당에서 저를 만나 보실 수 있죠.

저를 매주 적극 활용하는 몇몇 본당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수원교구 의왕 포일성당 입구에는 이젤 위에 제가 비치돼 있어요. 정말 눈에 잘 띄겠죠? (호호~) 덕분에 성당에 들어오는 신자들이 모두 저의 1면을 한번씩 보고 들어가요. 1면에는 항상 그 주에 가장 중요하거나 꼭 알아야 하는 교회 소식이 들어갑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본당 주임 민영기 신부님께선 구독하지 않는 신자들도 볼 수 있도록 성당 입구에 저를 비치해 두셨대요. 민 신부님께선 “인터넷 뉴스는 정보습득 면에서 빠를 수 있지만 깊이를 잃어버릴 수 있다. 본당 신자들이 종이신문의 깊이 있는 내용을 보면서 성령의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가톨릭신문을 통해 다른 본당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교황님은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도 하셨어요.

대구 고산본당(주임 정삼덕 신부)은 저를 신앙교육 교재로 쓰고 있어요. 정삼덕 신부님께선 저를 고산본당 사목위원들과 구역장, 반장 등에게 구독하도록 했죠. 덕분에 본당 일을 담당하는 신자들은 저를 읽으며 중요한 기사를 스크랩하기도 하고, 기사에 나온 다른 본당 사목위원들에게 연락해 진행 상황을 교류하기도 했대요. 제가 다 뿌듯합니다.

정 신부님께선 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시네요! 종이신문의 역할도요!

“가톨릭신문은 선교, 교리, 가정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교회 정보습득에 매우 탁월하며 전문지식도 익힐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사목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습니다. 또 한국교회뿐 아니라 세계교회 상황도 가톨릭신문을 통해 알 수 있지요. 읽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공부가 됩니다.”

■ “교회 소식통인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후원은 사랑입니다!”

저는 후원자들 덕분에 교도소와 군부대의 담을 넘어 들어갈 수 있어요. 교도소는 84곳 정도 가고 군부대는 무려 124곳, 공소는 575곳이나 가요. 참 구석구석 잘 가죠? 심지어 배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 경비대에도 들어가요. 독도에 매주는 못 가지만요. (독도 가는 배 타면 멀미 심한 거 다들 아시죠?)

이 중 특히 교도소에 갔을 때 참 뿌듯합니다. 제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용자들이 저를 참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수용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여기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신문은 종교신문이 유일합니다. 다른 사회 일간지들은 수용자들도 돈을 내고 구독해야 하거든요. 그래선지 수용자들이 좀 더 쉽게 제게 다가옵니다. 이동이 제한될 때는 종교 담당 교도관에게 저를 챙겨 달라고 부탁을 하죠.

이곳은 바깥과 참 많이 달라요. 매주 강당에서 종교 행사를 하는데, 천주교도 매주 행사를 해요. 주로 한 달에 미사는 3번 정도 봉헌하고 1번은 공연 같은 걸 하죠. 이 때 담당 교도관들이 저를 나눠 주거나, 사무실에 비치해 두고 요청하는 이들에게 나눠 줘요. 그렇다고 수용자들이 매주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런 상황이라 이 안에서는 제가 유일한 ‘교회 소식통’이 됩니다. 약 7년 전 종교 담당관을 역임한 권남현(젤마노) 교도관은 제 역할이 크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사형수 신자들이 교회 소식을 접하고 교회 전례력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매주 배달되는 저를 보는 것뿐이라고요.

권 교도관은 “수용자들이 바깥소식을 접할 가장 중요한 매개체는 신문”이라며 “특히 가톨릭신문은 교황님이 하시는 말씀이나 교회 소식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창구가 된다”고 합니다. 또 “신문을 읽으며 수용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생길 것”이라는 격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이유로 권 교도관은 저를 수용자들에게 후원하고 계시대요. 여러분, 교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디든 가는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 구독, 후원 문의 080-255-5500 www.catholictimes.org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