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갤러리 이일우 대표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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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시란 무엇인가’라는 고민 
결론은 ‘자유로운 예술 공간 마련’
대관과 상업 목적의 전시 등 예술 소모하는 활동에 회의
인종차별·폭력 등 주제 담은 큰 울림 주는 전시 기획하고 신진 작가 발굴에도 주력

이일우 대표는 “소모적인 전시문화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한다.

“소모적인 전시문화에 대한 자극으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코리아 포토그래퍼스 갤러리(Korea Photographers Gallery, 이하 K.P 갤러리) 이일우(프란치스코) 대표는 이와 같은 말로 K.P 갤러리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정체된 사진문화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이념으로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문을 연 K.P 갤러리는 작지만 확실한 색깔을 지녔다. 이 대표는 K.P 갤러리의 정체성에 대해 “그저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라기보다는 열린 예술 공간에 가깝다”고 말한다.

갤러리 개관은 오랫동안 해 온 이 대표 고민의 산물이었다. 이 대표는 중앙대에서 사진을, 독일 뮌스터 예술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작가 출신이다. 그는 예술가이자 아트센터 CEO, 서울시 등 여러 공공기관 미술감독, 독립기획자, 예술종합상사 봄 대표 등 전방위로 활동한 다채로운 경력을 지니고 있다.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예술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고 있다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또한 시스템과 환경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공공기관에서도 활동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고요.”

이는 ‘좋은 전시란 무엇인가, 작품은 전시장에서 어떻게 자리잡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결론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마무리됐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을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망가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에 K.P 갤러리는 관람료도 받지 않고 전시 작품 판매도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대관,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 혹은 지인이 전시를 해 억지로 전시장을 찾는 관행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인종 차별, 폭력 등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어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편 K.P 갤러리는 신진 작가 발굴에도 주력하고자 한다.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과 작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또한 갤러리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외국 작가 전시도 개최하는 등 국제 교류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K.P 갤러리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많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보다 열린 구조로 공간을 운영하고 싶고, 향후 갤러리를 공공재로 변환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