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내 삶에서 가장 숭고한 일 /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위중했던 정진석 추기경의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관련 기사를 보다 쾌차를 기원하며 남긴 댓글들에 눈이 갔다. 정 추기경이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하도록 의료진에게 부탁을 했다는 기사에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진정한 종교인’, ‘각막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두고 가시겠다는 모습에 뭉클하다’, ‘존경스럽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종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 추기경의 행보는 종교의 역할과 의미를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12년 전 이맘때도 ‘진정한 종교인’의 행보가 세상에 울림을 전했다. 2009년 2월,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파동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었다.

은평성모병원에 문을 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도 바로 그 중 하나다. 장기이식병원장 황정기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향으로 2009년 18만3370명까지 늘어났던 장기이식 희망자는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7만763명으로 크게 줄었다”며 “특히 뇌사자 기증은 답보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은 장기이식병원을 통해 장기이식을 통한 사랑과 나눔의 영성적 가치 확산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황 교수는 “나 자신이 장기기증을 받을 수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살만한 세상’임을 일깨우는 숭고한 실천들은 두 추기경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다.

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