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 중림동약현본당, 사진전·화보 발간·강의 등 다채로운 행사 마련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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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순교자 얼 깃든 ‘문밖 본당’ 130주년

100년 전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의 모습.

현재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의 모습.

100년 넘도록 선조들의 굳센 신앙을 증거해 온 서울 중림동약현본당(주임 김병훈 신부)이 설정 130주년을 앞두고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본당 설정 130주년 준비위원회’는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열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오랜 역사에 걸맞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신앙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비대면 행사들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특히 신자들은 매 미사 전 ‘본당 설정 130주년 기도문’을 봉헌하며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본당은 3월 중 본당 13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시회를 성당 마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에 진행했던 척사대회는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비대면 ‘윷놀이 제비뽑기’로 진행한다.

또 본당 홈페이지용 온라인 책자(E-BOOK)에 들어갈 자료를 정리하고 있으며, 연도별 주요 행사 화보집도 펴낼 예정이다. 10월에는 설정 130주년을 맞아 서소문 순교자들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한 강의를 기획하고 있다. 강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실시간 중계도 고려 중이다. 본당의 날 미사와 기념행사는 11월 7일에 진행한다.

한편 이번 기념행사 주제 성구는 앞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시편 36,10)이다. 이 성경 구절을 제안한 이희경(젬마)씨는 “본당이 품고 있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과 주님의 빛을 따르려는 열정이 잘 드러난 구절”이라고 적었다.

1891년 11월 9일 본당으로 설정된 중림동약현본당(설립 당시 약현본당)은 서울대교구에서는 두 번째, 전국적으로는 열 번째 본당으로서 서소문 밖 약현 언덕 위에 신앙의 터전을 잡았다. 성당이 축성된 후 조선 최초의 사제서품식이 거행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 ‘문밖’ 본당으로 불리며 서울 사대문 밖의 전 지역과 함께 경기도 일대, 송도를 지나 황해도 배천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했다. 이후 분리된 본당만 무려 88개에 이른다.

본당 설정 130주년 준비위원회 차명환(멜키올) 위원장은 “문밖 본당으로 불렸던 약현본당은 관할 지역이 광범위해 당시 성 밖 본당의 어머니 역할을 했다”며 “우리 본당 공동체는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순교하신 선조들의 신앙을 이어받기 위해 기도회와 미사를 통해 이곳이 거룩한 장소임을 알리는 데 힘썼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병훈 신부는 “중림동약현본당은 순교자들의 신앙이 부활하는 곳이자 신앙을 꽃피우는 본당”이라며 “지나온 역사적 세월의 의미가 신자들에게 깊이 새겨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본당 신자들을 한자리에 초대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앞으로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께서 저희 공동체를 이끌어 주신 사실에 감사하며 주님의 빛을 따라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