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 펴낸 홍성남 신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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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성인처럼 보여도 힘든 이들 많아 행복해지려면 누구나 마음 관리 필요해”
상담하며 느낀 안타까움 토대로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사제·수도자들 마음 건강해야 교회 공동체 건강해질 수 있어”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상쾌해진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통쾌함마저 느끼게 된다.

교회 안팎에서 ‘재담가’로 두루 통하는 홍성남 신부(가톨릭심리영성상담소장)가 최근 펴낸 「사제, 수도자들을 위한 영성심리이야기」(이하 「이야기」)는 다시 한번 그의 탈렌트를 돌아보게 한다.

책 제목대로 일선에서 사목하고 있는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신자나 비신자 누구나 읽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열심히 기도한다고 ‘몸짱’이 되지는 않잖아요.”

“기도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홍 신부의 말을 들으며 또 한 번 탄복하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 속에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는 뭔가가 들어있다. 그의 말과 글 속에 들어 있는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통으로 신음하고 이를 대신해 아파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아픔을 나눌 수는 있습니다.”

‘공감’이 답이다.

홍 신부는 「이야기」를 통해 공감의 영역을 넓혀 가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깊이 있게 기도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오히려 신경증(내적인 심리적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인격 변화)에 걸린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들이 주님 안에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많은 이들을 상담하며 느끼는 안타까움,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지어낸 결실이 「이야기」인 셈이다.

“비유하자면 가톨릭 영성론은 ‘프로운동선수’에 해당하는 방법론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를 찾아오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약한 이들입니다.”

홍 신부는, 교회가 약한 이들에게 내놓는 처방이 프로운동선수급에나 가능한 너무 고차원적인 것이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외적으로는 성인처럼 보이는데 내적으로는 너무 힘들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홍 신부는 그간 자신이 상담해 온 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드러낼 때는 마치 그 고통이 자신의 것인 양 말했다.

“기도 중에 일어나는 분심은 노력 또는 의식적인 선택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이런 마음을 죄악시한다면 종교적 신경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내적으로 지닌 심리적 상처나 결핍이 치유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것이 다시 드러나게 되고 병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홍 신부의 결론이다.

“이기주의는 본능입니다. 영신수련과 같은 훈련을 통해 이타주의가 발현될 수 있습니다.”

무수한 훈련을 통해 지켜야 할 대상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경호원과 같이 그리스도인들도 훈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의 리더들인 사제와 수도자들의 마음이 건강해져야 공동체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사제 수도자, 나아가 모든 신자들의 건강을 위해 펴낸 「이야기」에는 홍 신부의 마음을 담은 ‘가난한 마음은 궁핍한 마음이 아니다’(96쪽), ‘성인과 같아지려 하지 마라’(140쪽) 등 50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 힘들었던 자신과 같은 이들을 위해 상담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23년째인 홍 신부는 누구나 마음 관리가 필요하다며 우리를 초대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쫀쫀하신 분이 아닙니다. 당신 자녀들이 행복해지길 바라십니다.”

※문의 02-776-8405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