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고 묵상하기
“24시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스마트폰과 이별
책과 함께 편안하고 고즈넉한 감정을 맛 보다”
‘아, 스마트폰 세상이 궁금하다!’
책을 읽으려고 보니 자꾸 스마트폰 세상이 궁금해졌다. 마치 스마트폰 속 누군가가 부르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놨다가도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와 그동안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했구나….’
그동안 마치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효율적인 시간 관리는 아니었다. 우선, 독서와 묵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물리적인 거리를 두며 각 기능을 분리했다. 특히 집에 있을 때는 꼭 필요한 메시지는 컴퓨터로 주고받고 미국 드라마를 볼 때는 TV를 이용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자 제일 먼저 악몽이 줄었다.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거나 다양하게 펼쳐지는 범죄를 막으려고 애쓰는 꿈을 꿨는데, 꿈이 한결 편안해졌다. 꿈을 꾸지 않는 날도 늘어갔다. 물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집어들기도 했다. 그럴 때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르 1,13)는 주일 복음을 묵상했다. ‘사탄아, 물러가주라!’
첫 번째 묵상 책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한 「세상의 주인」을 골랐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읽으려고 야심차게 장만했는데, 진지한 내용에 500쪽에 달하는 장편 소설을 진득하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책장에 예쁘게 꽂아 뒀던 책이다.
소설 속 세상은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설정으로, 극단적 물질주의와 인간 중심주의 등 세속적인 가치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안락사 대원들도 등장하는데, ‘진정한 성직자는 안락사 대원들’이라는 소설적 표현처럼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안락사를 해주는 것이 큰 은총으로 비춰지는 대목도 나온다. 심지어 가톨릭 신앙은 ‘허황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믿음’이라고 표현했다. 가슴 아프지만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 속 사제 퍼시 프랭클린은 세상과 그리스도교 둘 다 포기하지 않는다. 부활을 기다리는 자세로 가톨릭 신앙을 살아 낸다. 프랭클린 신부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들어 죽어가는 노인에게 “환상에 지지 마십시오. 그저 우리의 주인이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라고 말하고 자기 의식에 버틸 힘을 주는 유일한 존재는 묵상이라고도 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앉아 한 주의 복음과 묵상집을 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은 편하지만 허무하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세례로 불러 주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포악해지고 때로는 널뛰는 감정을 편안하고 고즈넉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말이다. 주일 밤, 묵상과 함께 한 주를 준비하며 스마트폰 첫 화면에 묵상집에서 만난 성경 구절을 적어 뒀다.
“총애받는 사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다니 10,19)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