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녹색 순교 / 김현정 기자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3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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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순 시기를 맞아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가 맡은 체험은 ‘비닐 안 쓰기’다. ‘비닐 안 쓰기’는 시작은 쉽지만, 계속 지켜나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현실이 존재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코로나19 이전, 본당의 과도한 비닐 사용 때문에 혼자서 속앓이를 한 적이 있다. 각종 행사 때마다 뜨끈뜨끈한 떡을 나눠줄 때도 이미 개별로 비닐에 담긴 채였고, 비가 올 때면 젖은 우산도 비닐에 넣어야 했다. 음식 그릇을 씻기 힘들 때도 겉에 비닐을 씌워 사용한 다음 쓱 벗겨내고 다른 비닐을 씌워 쓰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비닐은 어디로 갈까. 수천 명이 넘는 본당 신자 수를 생각할 때 비닐 사용량은 상당하다. 비닐 안 쓰기에 있어서 개인의 실천뿐만이 아니라 본당, 교구, 나아가 사회의 인식 전환 및 참여가 필수불가결한 이유다.

생태ㆍ기후 위기에 처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생태 사도가 돼야 한다. 이에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올해 사순시기 담화문에서 ‘녹색 순교’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 주교는 환경 보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녹색 순교’로 지칭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세 가지 중 하나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를 제안했다. ‘비닐 안 쓰기’도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중 중요한 하나일 것이다.

은혜로운 회개의 때이자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올 사순 시기,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하는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통해 녹색 순교에 동참하자.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