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가톨릭대상 대상 수상자 인터뷰] 평화 부문 백도명 교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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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병 피해자 도와 “지혜 실천해야 세상 변화”

“과학기술자에게는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고 이어져 왔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과학자에게는 ‘왜’에 대한 질문, 한 생명으로서 자신은 어디로 가는가가 더욱 중요한 질문입니다.”

백도명(황석두 루카·65·서울 세검정본당·사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부터 직업병과 환경병의 요인들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연구를 해 온 공로로 제37회 가톨릭대상 평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옳은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 왜 문제가 없다고 말할까?” 이 질문이 백 교수를 움직이게 했다. 1992년부터 석면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해 2009년 석면 사용 금지를 이끌어 내기까지 근거가 되는 연구를 했고, 직업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을 비롯해 진폐, 혈액암 등 질병을 조사했다. 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조사,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환경오염지역을 살피는 연구 등을 수행했다.

정보와 지식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백 교수의 노력으로 직업병과 환경병에 관한 인식과 제도가 많이 개선됐고, 피해자들도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백 교수의 연구가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백 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해 온 연구는 “특별할 것이 없다”며 “정상적인 사회라면 특출할 것이 없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백 교수는 “변화는 단순히 정보와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행동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실천하는 지혜를 통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간접적으로 일어난 사망인 ‘초과 사망’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사람은 시야가 좁고, 이기적이고, 짧게 보는 존재지만,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도 나눌 수 있고, 기다리며 변화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그 안에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