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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범 신임 군종교구장 주교] 임명 이모저모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02-16 수정일 2021-02-17 발행일 2021-02-21 제 323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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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책임감 속 “힘들 때는 하느님께 지혜로움 청할 것”
주님 봉헌 축일에 임명 소식
서 주교 “저를 하느님께 봉헌”
유수일 주교 축하·격려 받고 전·현직 서울대교구장 예방
주한 교황청 대사관 방문해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도

제4대 군종교구장 주교로 지난 2월 2일 임명된 서상범 주교는 주임신부로 봉직하던 서울 대치동본당 신자들로부터 놀라움 속에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서 주교는 이튿날 오전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에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를 예방하고 인사를 나눴다. 4일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전임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해 덕담과 격려를 들었다. 아울러 9일에는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을 했다.

새 교구장 주교 탄생 소식을 접한 군종교구민들, 군종교구의 든든한 버팀목인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등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상범 주교 임명 발표 전후 이모저모를 모았다.

■ 주님 봉헌 축일에 전해진 놀랍고 기쁜 소식

서상범 주교 임명 소식은 2월 2일 오후 8시(로마 시각 낮 12시) 서울 대치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공식 발표했다.

서상범 주교가 주례한 이날 오후 7시 미사가 끝난 뒤 정확히 8시가 되자 손희송 주교가 제대 앞에 섰다. 신자들은 손 주교의 갑작스런 등장에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손 주교를 응시했다.

손 주교는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월 2일 오후 8시 서상범 신부를 군종교구장 주교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신자들은 순간 어리둥절해 하며 침묵을 지키다가 상황을 이해한 듯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서상범 주교와 이날 미사를 공동집전한 군종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는 “교황님께서 군종교구에 새 주교님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고 기쁘다”며 “주임신부님을 떠나 보내야 하는 대치동본당 신자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군종교구 새 주교님을 위해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 주교는 주님 봉헌 축일에 주교 임명 소식이 전해진 사실을 상기하며 “여러분이 놀란 만큼 저도 놀랐다”며 “주님 봉헌 축일에 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했고, 대치동본당과 군종교구도 봉헌하기 원한다”고 화답했다.

서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성당을 나오던 정유진(로즈마리)씨는 “우리 신부님이 너무나 갑자기 떠나시게 돼서 아쉽기도 하지만 주교로서 주님이 원하시는 열매를 맺으시길 기도 드린다”고 말했다.

서상범 주교가 2월 2일 제4대 군종교구장 주교 임명 공식 발표 후 대치동본당 신자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박민규 기자

■ 새 교구장 기쁘게 맞이한 군종교구

서 주교는 주교 임명 이튿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에서 교구장 유수일 주교를 예방했다. 서 주교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교구청 앞마당에는 축제분위기가 감돌았다. 유수일 주교를 비롯해 군종사제단 선임인 현광섭 신부(군종교구 자운대본당 주임), 박근호 신부(육군본부) 등 사제단과 군종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수석 부회장 박인호(라우렌시오) 공군 중장 등 군인 신자들 그리고 교구청 직원들이 기쁘게 서 주교를 맞이했다.

유 주교는 차에서 내린 서 주교에게 다가가 “제가 10년 6개월 전에 군종교구장에 임명되고 교구청 언덕길을 올라왔다”며 “서상범 주교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군복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제가 주교가 됐을 때 제일 먼저 환영해 줬던 것도 서 주교님(당시 군종교구 통일대본당 주임)이었고 서 주교님이 군종교구 총대리 시절에는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유 주교와 서 주교는 교구청 맞은편 국군중앙성당에서 함께 기도한 뒤 교구청 회의실로 이동해 교구 참사위원들과 군종교구 현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서 주교는 “전임 교구장님만큼은 해야 하는데…”라며 신임 군종교구장 직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했다.

박인호 장군도 “서상범 주교님 임명을 정말 축하드리고 교구 평협 회장단과 교구 신자들이 서 주교님을 충실히 보필해 군복음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신임 군종교구장으로 임명된 서상범 주교가 임명 다음 날인 2월 3일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을 방문해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를 예방하고, 국군중앙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 전·현직 서울대교구장 예방,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

서 주교는 2월 4일 오전 11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서울 명동 교구장 접견실에서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와 유경촌·정순택·구요비 주교, 문화홍보국장 유환민 신부가 배석했다.

염 추기경은 서 주교로부터 군종신부 생활 26년 중 힘든 시절도 있었고 전역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초대 군종교구장 고(故) 정명조 주교 권유로 장기 복무를 하게 됐다는 사연을 듣고 “정명조 주교님께서 하늘에서 서 주교를 도와주실 것”이라고 격려했다. 염 추기경은 올해 사제서품 33주년을 맞은 서 주교에게 “예수님께서 33살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며 서 주교가 군사목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려고 올해 군종교구장이 됐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서 주교 사제서품 성구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시편 139,14)를 새긴 전례지로 표지를 장식한 성경을 선물했다.

서 주교는 같은 날 오후 2시 혜화동 주교관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환담했다. 올해 사제서품 60주년을 맞는 정 추기경은 환갑을 맞은 서 주교를 환한 미소로 맞으며 진심 어린 격려와 덕담을 건넸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어디서든 목숨 내놓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좋을 때도 있겠지만 어려움을 겪을 때는 예수님이 ‘나다, 두려워 말아라’ 하신 것처럼 그분이 옆에 있다는 것만 믿고 살자고. 주교는 인간적으로는 외롭지만 하느님이 옆에 계시다는 것은 틀림이 없어. 어떤 때는 어렵고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확실히 하느님이 보여 주실 때가 있다우.”

이에 서 주교는 “처음에는 부담감과 두려움도 있었는데, 하느님 뜻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며 “추기경님 말씀을 따라 이제 힘들 때는 하느님께 지혜로움을 청하고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답했다.

서 주교는 2월 9일 오전 10시40분 유수일 주교와 함께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 대사관을 방문해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을 했다. 서 주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교에게 위임된 사도적 직무인 교회 가르침 계승, 하느님 백성의 일치와 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서약했다.

서상범 주교(가운데)가 2월 9일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왼쪽)와 유수일 주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앙 선서와 충성 서약을 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서상범 주교가 2월 4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서상범 주교(오른쪽)가 2월 4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 군종후원회, 앗숨성가대 기쁨 동참

한결같이 군사목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회장 김진택, 담당 이성운 신부)는 새 교구장 주교 탄생을 접하며 “지금까지처럼 새 주교님에게도 ‘순명’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진택(토마스 아퀴나스) 회장은 “군이 개혁되는 시기에 군종교구를 잘 아는 군종신부 출신 주교님 탄생을 축하드린다”며 “이성운 담당 신부님도 군종후원회는 새 주교님께 순명하자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군종후원회 한 시몬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역시 “새 주교님께서 정말 군종교구를 위해서 일하실 수 있도록 군종후원회 회원들은 ‘슬기로운 종’으로 항상 깨어서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정태(베드로) 사무국장 또한 “서상범 주교님 부임으로 군사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군종후원회가 많은 도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군종교구에서 전례 봉사를 담당하는 앗숨성가대 홍민영(비비안나) 단장은 “앗숨성가대를 특별히 아껴 주셨던 서상범 주교님의 군종교구장 임명을 모든 단원들이 기뻐했다”며 “저는 1995년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 육군사관학교 화랑대본당에서 반주 봉사를 할 때 서 주교님과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앞으로 50대까지 인연을 이어가게 돼 남다른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