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트’로 사랑과 평화 전하는 김세정 화백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2-02 수정일 2021-02-02 발행일 2021-02-07 제 323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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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이 작업 핵심”
‘하트 화가’ 별명 생길 정도로 사랑·생명 담은 하트에 천착
달력 그림과 백화점 전광판 등 다양한 모습 대중에 알려져
“편안함·정화 느끼게 하고 싶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아트갤러리에서 열린 31번째 개인전 전시장에서 만난 김세정 화백이 자신의 작품 ‘사랑과 평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랑의 상징이자 심장을 뜻하는 하트(heart).

사랑과 생명을 담은 하트 그림을 그리는 김세정(아가타) 화백은 하트를 특별한 단어로 재창조해냈다. 그는 ‘heart’를 반으로 나눠 ‘He+Art’로 새롭게 해석한다.

“He는 하느님, Art는 작품입니다. 그림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드셨고,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받아 인생을 살아가고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제 소명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이 작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트 화가’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수많은 하트 그림을 그린 김 화백은 스스로도 다작을 한다고 말한다. 평균 2년에 개인전 3회를 개최할 정도로 활발하게 작업하는 김 화백이지만 똑같은 그림은 없다고 단언한다. 같은 그림을 그린 것은 단 한 번, 해외에서 전시회를 할 때 도록에 실은 작품이 도착하지 않아 전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급하게 다시 그렸을 때뿐이라고.

“나는 복사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작가적 자존심을 드러내는 김 화백이 그린 하트들은 하나하나마다 색상과 모양, 구성이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든 작품의 제목은 ‘사랑과 평화’(Love & Peace)’ 하나다.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오직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천명 이후부터 개인전을 열기 시작했다. 예고와 미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그에게 그림은 본업이 아니었다. 세 자녀를 키우고, 본당 활동, 교도소 봉사활동을 하느라 바빴던 데다 ‘세상에 그림 잘 그리는 화가가 얼마나 많은데 뭘 나까지…’라는 생각에 그림은 그저 취미로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참여한 단체전에서 그의 진가를 알아본 변종화 선생의 추천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예전에는 정물화, 특히 사과를 잘 그렸다는 김 화백은 “사과 그림 그려서 팔았으면 과수원도 샀을 것”이라고 농담하면서 “그런데 그렇게 돈 벌어서 뭐하냐”고 반문했다.

하트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화가로서 배고픈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바오로 성인처럼 주님의 업적을 알리자는 사명감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세상에 보다 많은 사랑을 전하고자 작품선물도 많이 한다. 그렇게 선물한 작품들은 타 종교인, 외국에도 전해져 놀라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작업 초기에는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기 위해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그리다가 ‘생명의 근원’을 향한 탐구로 이어져 하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트=사랑’이라는 공식은 누구에게나 통용되기에 컬래버레이션 제의도 많이 받았다.

대형 생명보험회사 달력·연하장 그림, 유명 백화점 전광판, 패션쇼 배경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도 많이 한 덕에 그의 작품들은 매우 친숙하다.

김 화백이 그리는 하트들은 점점 진화와 변형을 거듭했다.

사랑이 깊어지듯 하트의 골이 깊어지기도 하고, 어떤 하트들은 긴 꼬리를 달았다. 꼬리는 때로는 십자가와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하트 위의 풍요로운 곡선으로 어머니의 젖가슴, 모성을 드러낸다.

김 화백은 이 모든 아이디어들이 “일부러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떠오른 것”이라며 “하느님께서 주신다”고 말한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어떤 게 가짜인지, 진짜인지조차 구별하기 힘들어졌죠. 저는 그림에도 선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각적인 효과는 오래 가기 때문에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편안함과 정화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지요. 더불어 더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싶습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