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희망재단 정혜윤 국제협력팀장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2-02 수정일 2021-02-02 발행일 2021-02-07 제 323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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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악순환 끊어주세요”
아프리카 소녀에 행해지는 여성 할례 등 악습 막아야
인간 존엄성에 중점 두고 기반 조성과 교육 지원

한국희망재단 정혜윤 국제협력팀장은 “아프리카 여아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변화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사회의 가부장적 관습으로 원치 않는 삶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걸스업’(Girl Stands Up)은 이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일깨워줄 수 있는 캠페인입니다.”

사단법인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 이하 재단) 걸스업 캠페인(이하 캠페인)을 기획한 정혜윤(엠마) 국제협력팀장은 아프리카 소녀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은 보건 시설이 미비해 고통을 겪는 아프리카 여성들과 영유아들도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캠페인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소녀들에게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를 방지해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 목적을 둔다. 정 팀장은 캠페인 기획을 위해 2018년부터 1년간 아프리카 부룬디, 우간다를 포함한 총 5개국을 현지 답사했다. 그는 낙후된 사회기반시설과 오랜 관습으로 10대부터 아이 엄마가 돼 악습에 종속되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아프리카 르완다를 답사할 때 10대 여아들이 원치 않은 임신으로 엄마가 됐지만, 기초 교육을 받지 못해 직업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들은 돈을 벌고자 성매매에 나서고, 에이즈 확산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더군요.”

재단은 아프리카 내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인식개선이 여성 할례를 근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탄자니아 민얄라 지역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재단이 2015년부터 1년간 해당 지역 여성들 자립을 위해 마을 주민들에게 교육을 해나갔고, 이는 주민들의 여성 할례 금지 확약으로 이어졌다. 재단은 앞으로도 ‘인간 존엄성’과 ‘온전한 삶’에 중점을 두고 기반 조성과 자립 관련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 유행은 아프리카 소녀들을 여성 할례와 조혼 위험에 더 쉽게 노출시켰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정보 격차의 심화와 보건 시설 부족,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내 상황은 소녀들을 매매혼 형식의 조혼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국제 협력 활동가들이 현장에 가기 힘들고 사람들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녀들에게 여성 할례는 한층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정 팀장은 “여성들이 잘못된 관습을 제대로 인식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형제애로 함께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이 주님의 품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사랑의 나눔을 실천의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의 소녀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주세요.”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