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2020 자원봉사대상 국민훈장 받은 이상기 대표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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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노인·청소년에 반찬 나눔 23년
나눔자리문화공동체 설립
시흥서만 6만여 시간 봉사
“재정 어려워도 봉사 계속”

이상기 대표는 “봉사를 하면서 반겨주는 어르신들과 변화되는 청소년들 모습에서 나눔의 기쁨을 찾는다”고 말한다.

“나눔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을 넘어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이를 실천해왔을 뿐입니다.”

‘시흥의 봉사 대모’로 불리는 비영리 봉사단체 나눔자리문화공동체 이상기(안토니아·60·사진)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행정안전부가 시상하는 ‘자원봉사대상’ 최고상인 국민훈장을 받았다. 1997년부터 경기도 시흥 신천·대야·목감동 일대에서 반찬 나눔과 함께 독거노인과 청소년 돌봄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가 봉사한 시간만 6만여 시간이다.

이 대표는 아침 일찍 한 체육관 지하 식당에서 반찬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머니 봉사단 23명도 봉사에 동참한다. 반찬 제조를 위해 사용하는 이 식당은 시흥시로부터 무상 임대받았다.

오전 내내 만든 반찬은 오후에 독거노인과 청소년들에게 배달된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으로 지역 경로당과 무료급식소 등이 문을 닫아 반찬 나눔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매일 나서는 게 쉽지는 않지만,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고 말한 이 대표는 “어떤 어르신은 직접 키운 참깨로 짠 참기름을 보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흥시 1%복지재단과 같은 지역 단체들 도움도 큰 힘”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에게 봉사는 신앙에서 익힌 습관이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 본당 봉사에 열심이었던 이 대표는 결혼 후에도 수원교구 군포본당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간식봉사를 했다. 그 당시 익힌 음식 솜씨 덕분에 지금도 많은 양의 반찬을 만드는 일에 능숙하다. 1985년부터는 몸이 약했던 막내딸이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음식 봉사를 했다. 1989년에는 시흥 빈민촌 주민들을 위해 고(故) 제정구(바오로) 의원, 고(故) 정일우 신부와 함께 말벗 봉사와 반찬 나눔을 이어갔다. 1997년 시흥으로 이사한 이 대표는 관내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상담 봉사를 이어가던 중 나눔자리문화공동체를 설립했다. 불우한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활동하던 청소년 중 현재 그와 반찬 나눔을 함께 하는 이들도 있다.

봉사에 대한 이 대표의 열망은 끝이 없다. 그는 올해 어르신들이 직접 배식 활동과 반찬 배달을 돕는 ‘공동부엌’ 나눔 사업을 확대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코로나19로 외출하기 힘든 학생들을 위한 간식 나눔도 계획 중이다.

“다른 이에게 나눌 기회를 주는 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이웃사랑”이라는 이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재정이 어렵지만, 앞으로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로 시대가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나눔과 자비를 잊지 않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후원문의 031-435-2351 시흥시 1%복지재단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