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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감사하다는 것의 소중함 / 강민주

강민주(일루미나) (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1-01-19 수정일 2021-01-19 발행일 2021-01-24 제 322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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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칼국수 집이 있다. 그곳으로 향하면서 전화한다. “안녕하세요~ 10분 후에 갈게요. 국수하나 부탁합니다.” “아~ 자매님이시구나!” 전화 목소리를 알아주는 것에 감사하다.

국숫집에는 나의 전용 자리가 있다. 문을 열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컵과 앞 접시와 수저 세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감사하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 하며 사장님과 눈인사를 나누는 상황에 감사하다.

“왜 요즈음 안 왔어? 김치 담가 놓고 기다렸는데~ 안 그래도 오늘쯤 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러셨어요~ 아! 이런 고마워라!” “이번에 김치를 담그는데 배추도 달곰하고 양념도 잘 된 거 같아”

“따로 싸 놨었거든.”

내가 손목이 아프다는 것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 거의 매일 오곤 했는데 뜸했던 것에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온다. 나는 참고로 하루 세끼 국수를 먹어도 좋은 사람이다. 국수 사랑이 흘러넘친다. 그 사랑이 흘러넘쳐 주체를 못 해 몸무게를 늘려주지만 건강하게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칼국수에 버섯과 호박 특히 소고기 고명이 수북하다. 사장님은 “친정엄마의 건강은 어떠셔?”하고 물으신다. “좋아요~ 잘 지내고 계세요.”

친정엄마의 수술로 서울에 위치한 병원을 다녀오면 저녁은 여기 와서 먹었다. 먹으면서 병원에서의 일어났던 하루의 이야기를 하기라도 하면 사장님은 ‘하느님이 도와주실 거야 기도하자’, ‘밥 먹어야지 국수 먹어도 되겠어’라며 삶은 계란이나 유산균 음료를 넣은 토마토주스를 갈아주신다.

“많이 먹어! 잘 먹어야 엄마를 간호할 거 아니야!” 마치 언니가 동생 밥 챙겨주는 기분이다. 나의 가슴이 뭉클해지며 감사함이 온몸을 덮는다. 국수 그릇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포만감으로 기분이 좋으면서 나른해진다.

생활의 지혜도 알려주신다. 들기름은 금방 산화가 되어 오래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들기름과 참기름을 2:8의 비율로 섞어 놓으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고추가 유명한 지방에서 말린 고추를 직접 사 그것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 방앗간에서 빻아 오신다. 내가 필요하다고 하니 귀한 고춧가루를 주셨다. 배려해주고 궁금해하며 잘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말 한마디에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알기에 감사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도 그 속에서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도 하느님에 대해 감사함이 더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랜 기간 동안 병과 동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시간이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끝>

강민주(일루미나) (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