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속 영성 이야기] (52) 나는 이겼다. 세상의 유혹에서!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
입력일 2021-01-05 수정일 2021-01-06 발행일 2021-01-10 제 3227호 1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제 마음에 빛을 주십시오”
사랑하는 딸아 나는 너를 정화시켜 나의 도구로 쓰려 준비중인데, 너는 왜 세상의 것에 마음 두느냐
온전히 나에게 맡겨라
너에 대한 나의 계획이 있으니 세상의 유혹을 거두도록 하여라

13년 전 가족 같은 지인으로부터 투자의 권유를 받고 앞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동안 모아 둔 비상금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가며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큰 금액을 투자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 후 큰 금액을 오롯이 다 잃게 되었고, 전 재산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누리고 있는 이 물질은 주님께서 잠시 맡겨 놓은 것이기에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거둬 가실지 모른다는 것과 세상의 것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주님의 사랑받는 딸로 살아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주님께 사랑받고자, 매달 급여를 받는 날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먼저 나누게 되었고, 그 기쁨과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얼마 전 친동생처럼 여기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늘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내가 이제는 물질적으로 좀 풍요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과 돈을 많이 벌어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 좋지 않겠냐고 적극적으로 권하는 동생이었다. “언니! 투자 가치가 충분한 아파트를 구입할 예정인데 나 혼자 잘살면 뭐 하겠어요. 언니랑 함께 공동 투자해서 언니도 잘살았으면 해요. 그러니 언니 생각해 보고 돈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해서라도 모으셔야 해요.” 나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제안이었다. 각종 뉴스에 그 지역이 나올 때마다 남의 세상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곳을 공동으로 구입하자는 제안에 순간 몸이 떨리면서 흥분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투자 가치가 있는 지역이었기에 노후 대책을 위해서라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으로는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현찰을 만들어 낼 방법을 모색하면서 들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13년 전 나의 교만했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꾸르실료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꾸르실리스따가 ‘그때처럼 나의 교만과 섣부른 판단으로만 결정을 내린다면… 주님께서는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계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기도드리기 시작했다. “주님 저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잘살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하지만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포기하는 마음의 은총 또한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서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그렇게 며칠을 기도드리던 어느 날, 드디어 주님의 응답이 들려왔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나는 오랜 시간 너를 정화시켜 나의 도구로 쓰려 준비 중인데, 너는 왜 세상의 것에 마음을 두느냐. 온전히 다 나에게 맡겨라. 너에 대한 나의 계획이 있으니 세상의 유혹을 거두도록 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응답을 듣는 순간 몸에 힘이 빠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뺏기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그 응답이 진짜 주님의 뜻일까? 하는 의심마저 드는 그런 어둠의 시간이었다.

말로는 “주님!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나만의 결정이 내려져 있었나 보다. 그랬기에 내가 바라던 응답이 아닌 것에 화가 나면서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당황스러워 멍하니 앉아있으니, 성모님께서 나를 애처로이 바라보고 계셨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일어나 모든 전등을 다 끄고 촛불을 켠 후 묵주를 들고 마음을 다해 성호를 그으며 묵주 기도를 드렸다. 성모상 앞에 바짝 다가앉아 무릎 꿇고 있으니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늘 기도 중에 주님의 응답이라고 믿고 지금까지 그 힘으로 살아왔는데, 고작 손에 잡히지도 않는 재물 앞에서 ‘주님의 응답이 맞을까….’하는 의심을 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했다.

처음으로 성모님의 손을 꼭 잡고 묵주 기도를 드리면서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을 사이도 없이 성모님께 큰소리로 호소하였다. “성모님! 이 미련한 저를 가엾게 여기시어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절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저의 마음에 빛을 주십시오. 뉴스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소식을 접하더라도 제 마음에 분심이 들지 않도록 저에게 굳센 믿음을 주십시오!”하면서 한참을 엉엉 울며 묵주기도를 마치고 불을 켰다. 얼마나 울었는지 개구리처럼 퉁퉁 부은 눈을 보는 순간 어린아이와 같이 까르르 웃음이 났다. 그리고 마음에 빛이 들어왔다. 나는 이겼다. 세상의 유혹에서!

이성애 (소화데레사·꾸르실료 한국 협의회 부회장),